김정한 선교사 취합 · 정리한 2만 페이지 분량 자료 토대로
“본부 차원서 1년에 한 권씩 발행 예정 … 헌신으로 이어지길”

2월 20일(2014년) CT 촬영 결과가 나왔는데 대장 왼쪽 부위에 발생한 암이 말기 상태이며, 수술이나 치료로는 완치가 거의 불가한 상태라고 합니다. 아마 이것이 저의 마지막 원고가 될지도 모릅니다. 미래의 사건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중략) 하나님께 히스기야와 같은 기도를 하지만, 그리 아니하셔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인생의 시간을 우리가 계획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고(故) 윤희원 선교사(독일·2014년 소천)의 기도편지

부모님이 필리핀 선교사로 떠나신 후, 2013년 1월에 아이들과 조카를 데리고 선교지를 방문하여 3주간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외딴 섬 깊숙이 들어가 제대로 된 세간살이 없이, 척박한 땅에서 농사지은, 영양가도 별로 없는 채소 위주로 먹거리를 해결하고 계셨습니다. (중략) 저희 부모님이 당한 교통사고가 믿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타국에서 당한 황망한 사고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늘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선교지에서 하나님 일을 하다가 죽는 것이 소원이다” “아빠는 비행기에 시신으로 묶여 올테니 그리 알아라” “아니 그러할 필요도 없다. 필리핀 귀마라스 집 앞에 있는 언덕에다 그냥 묻고 나중에 비석 하나만 세워주면 된다” “너희들이 멀리 있어도, 여기 신학교의 필리핀 현지인 아이들이 다 자식이다” 이런 말씀을 여러 번 무심히 흘려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고 권영궤 선교사(필리핀·2015년 소천)를 그리며 딸 권지은 씨가 쓴 추모글

총회세계선교회 센터에 있는 선교 순직자 동판. 1979년 7월 이집트에서 순직한 이연호 선교사를 비롯해 55명의 이름이 아름답다.
총회세계선교회 센터에 있는 선교 순직자 동판. 1979년 7월 이집트에서 순직한 이연호 선교사를 비롯해 55명의 이름이 아름답다.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선교지를 사랑했던 이들이 생전에 남겨놓은 글이 가슴을 적신다. 선교지에서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소천한, 총회세계선교회(이사장:이성화 목사·GMS) 순직 선교사들 이야기다. 

1979년 순직한 이연호 선교사(이집트)부터 지난해 말 순직한 김종선 선교사(중국)까지 GMS 순직 선교사는 55명에 이른다. 두 살배기 막내를 포함해 네 아이를 남겨둔 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중국의 여 선교사, 니제르 모슬렘 지역에서 1100여 명의 아이들을 믿음으로 가르치다 암으로 숨진 선교사, 의사이자 목사 선교사로 캄보디아에서 사역하다 2년만에 숨진 선교사 등 순직 선교사들의 기록에는 ‘하나님, 왜 데려가셨어요?’라는 질문이 나올 만큼 안타까운 죽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가장 최선으로 그들을 이끄셨다는 믿음으로 위로를 얻는다.

가족이나 지인, 동료선교사들만 알고 있었던, 보물과 같은 순직자들의 이야기를 정성스레 길어 올린 이는 GMS 위기관리원장 김정한 선교사다. 김 선교사는 역대 GMS 위기관리 사례들을 취합하는 가운데, 2년 전부터 선교사들이 보내온 선교편지를 일일이 살피고 정리했다. 정리한 선교편지만 해도 2만 쪽에 달했다.

김정한 위기관리원장은 선교사들의 편지와 자료를 정리해 8권의 가제본으로 묶었다. 선교사들의 기록을 읽은 김 원장은 ‘땀(汗)과 눈물(淚)과 피(血)의 기록’이라고 고백했다.
김정한 위기관리원장은 선교사들의 편지와 자료를 정리해 8권의 가제본으로 묶었다. 선교사들의 기록을 읽은 김 원장은 ‘땀(汗)과 눈물(淚)과 피(血)의 기록’이라고 고백했다.

“이연호 선교사님이 순직한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순직자들에 대한 자료를 취합하고 간략하게나마 엮게 됐네요. 송구하고 부끄러운 일이죠. 순직 선교사들을 기념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 회상에 젖어들기 위함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되짚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우리도 순직 선교사들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거룩한 순례자가 돼야죠.”

김 선교사는 선교편지와 가족들, 지인들의 글, 강의안 등을 8개의 주제로 정리해 총 8권의 가제본 책을 만들었다. ‘순직 선교사’ 모음집 외에 ‘GMS 스토리’ ‘독신여선교사 열전’ ‘MK 스토리’ 등이 그것이다. ‘독신여선교사 열전’에는 1931년 중국에 파송돼 사역했던 예수교장로회 최초의 독신 여선교사인 김순호 선교사로부터 시작해, 현재 278명에 이르는 GMS 독신 여성 선교사들에 대한 소개와 그들이 쓴 글, 그리고 독신 여선교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여러 자료들이 수록돼 있다. ‘MK 스토리’에는 선교사자녀(MK)에 대한 이해와 MK들이 겪었던 위기사례, 그리고 MK와 관련된 글들이 담겨있다.

특별히 김 선교사는 가제본 표지마다 ‘한루혈(汗淚血)’이란 세 글자를 담았다. 가제본에 실린 글들은 하나같이 선교사들의 땀(汗)과 눈물(淚)과 피(血)의 기록이며, 그것은 곧 하나님의 땀과 눈물과 피의 역사라는 고백이다.

GMS본부는 김 선교사가 만든 가제본을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선교사 개인이 자신의 선교편지 등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경우는 많지만, GMS 차원에서 책을 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철영 선교사무총장은 “우선 여러 글들을 한 데 묶어 올해 한 권을 펴내고, 가능한 1년에 한 권씩 책을 펴낼 계획”이라며 “GMS 사역을 소개하는 글과 눈물겨운 선교사들의 이야기,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귀한 글들이 선교 헌신으로 이어지는 귀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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