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선교 현장도 일상이 무너졌다. 은퇴를 눈앞에 둔 선교사로서는 한층 더 신음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선교, 현상유지냐? 정면돌파냐?’는 고민이 당면과제가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교 은퇴(Retire)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정면돌파’가 바람직하다.

선교사들은 은퇴를 앞두고 두 가지 생각을 오간다. 하나는, 새로운 사역을 벌이지 않고 현상유지하며 사역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선교는 현상 유지를 하면 망한다’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선을 보다 높은 곳에 두고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전자는 보편적으로 은퇴를 앞둔 선교사들의 중론이다. 후자는 끝까지 경주자의 자세를 잃지 않는, 최선을 다하는 자세이다.

필자는 GMS본부 사역(2012∼2018)을 마치고 다시 선교지에 돌아왔다. 전에 사역했던 선교지가 아닌, 후배들이 없는 북사이프러스(구브로)에 정착했다. 막상 정착해 보니 문화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터키령 북사이프러스는 터키와 언어는 같지만 터키인과 사이프러스-터키인 사이에 골이 깊었다. 한국인이 없어 한국 음식도 없었다. 작은 섬에 살다 보니 외국인 신분이 노출되어 경찰서에서 조사도 받았다. 날씨가 여름이면 40도를 웃돌고, 겨울은 우기철로 난방시설 없어 체감온도가 영하 이상으로 춥다. 많은 사람들이 풍광 좋은 지중해 섬에 산다고 부러워하지만 선교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필자는 무슬림 선교를 다시 시작하며 하루하루 새롭게 배운다. 아침에 일어나 말씀을 묵상하고 바닷가를 걸으며 바울과 바나바가 사역했던 ‘사도적 선교방법’(The Apostles Mission Way)을 고민한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과거 해왔던 선교를 돌아보고, 북사이프러스에 가장 적합한 선교를 그려본다. 그러는 가운데,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도 선교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정면돌파여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절실히 하게 된다. 정면돌파를 마다하지 않아야 힘이 생기고 열매도 맺힌다.

고 옥한흠 목사는 제자훈련 초기에 선명한 목회기준이 있었다. ‘수준을 하향평균화 하면 망한다’는 것이다. 옥 목사가 강남에 교회를 개척할 당시, 강남지역에서 교회 개척하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었다. 강남 개포동은 ‘개들이 포기한 동네’란 별명까지 있었다. 그러나 옥 목사는 미래를 보고 정면돌파했다. 미래를 보고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그를 향해 ‘제자훈련의 광인’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오늘의 사랑의교회는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런 정면돌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교도 마찬가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시선을 높여야 한다. 하향조정하면 망하고 만다.

‘은퇴’(Retire)는 어원적으로 타이어를 갈아 끼고(Re-tire) 새 출발한다는 의미이다. 인생은 나이를 불문하고 그때에 적합한 즐거움, 슬픔, 괴로움, 아쉬움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은퇴는 인생의 정지가 아니다. 나이에 맞게 일을 찾아 변화를 시도하면 거기에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 ‘웰빙’(Well-being)이 아니라 ‘웰 리타이어링’(Well-Retiring)을 맞이할 수 있다.

총회세계선교회(GMS)는 2025년이 되면 선교사 106가정(182명)이 은퇴를 한다. 필자를 포함해 14.1%에 달하는 선교사가 자의든 타의든 은퇴를 한다. 잃어버리기엔 너무나 소중한 한국 선교계의 무형자산들이다. 전 세계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국 선교사들의 새로운 정면돌파를, 그리고 웰 리타이어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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