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석 목사(해운대신일교회)
조현석 목사(해운대신일교회)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에 대해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정 회장이 시골에서 올라와 인천부두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허름한 노동자 숙소에서 잠을 청하는데 빈대가 들끓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정 회장은 빈대에게 물리지 않으려고 식탁 위에 올라가 잠을 청했다. 그런데도 빈대들은 식탁의 다리를 타고 올라와 악착같이 물어대자 정 회장이 꾀를 냈다. 대야 4개를 구해 물을 채우고 탁자의 네 다리를 그 안에 담갔다. 그 날 밤 정 회장은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빈대들이 다시 정 회장을 공격한 것이다. 빈대들은 물 대야에 담근 탁자의 다리를 타고 오르다가는 물에 빠져 죽을 위험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아예 벽을 타고 천장으로 기어 올라가서 몸을 던져 떨어지면서 정 회장을 물었다. 정 회장은 자신이 겪은 이 경험을 통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빈대들도 저렇게 최선의 노력을 해서 제 뜻을 이루는데 빈대만도 못한 인간이 되지 말자.”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정주영의 ‘빈대철학’이다. 빈대 교훈을 늘 가슴에 품고 있던 정 회장은 시도하기 전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소양강 댐 완공 후에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교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일 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에 교회사역과 활동에 있어서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예배를 비롯해 부흥회, 전도, 선교, 봉사활동 등 교회의 다양한 사역이 이전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제약과 규제를 받게 되었다. 목회자와 교회의 성도들은 갑갑한 상황에 갇혀 차츰 이전의 열정과 헌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교회는 마치 깃털 빠진 새처럼 코로나19로부터 회복이 되어도 이전과 같이 자유로운 날갯짓을 하며 창공을 마음껏 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다시 한 번 하나님나라와 복음을 향한 열정을 회복해야만 하는 때가 바로 이 때라는 생각이 든다.

조나단 에드워드는 목사들이 그리스도의 왕국을 위해 어떤 ‘위대한’ 일을 하려할 때 가장 필요한 두 가지 요소는 ‘열심과 각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 세상의 역사에서 이루어진 대부분의 위대한 일들, 다시 말해 지상의 나라들과 제국들을 통해 완수된 위대한 혁명들은 주로 ‘열심과 각오’ 덕분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보통의 능력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도 열심과 각오만 있으면 그들보다 열 배의 재능과 학식을 가지고는 있으나 열심과 각오가 없는 사람보다 훨씬 더 큰일을 할 수 있으며 열심과 각오가 없는 사람이 몇 년간 해야 할 일의 양보다 더 많은 일을 열심과 각오가 있는 사람이라면 단 며칠 만에도 완수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러한 열심과 각오는 전염성이 있어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열정을 잃어가며 마음이 냉랭해지면 그 마음이 성도들에게 전염되어 순식간에 교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주님께서 하나님나라의 통로로 삼으신 교회는 세상을 향해 어떤 사명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나기 전에 얍복강 가에 홀로 남았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하나님과 씨름하며 간구했다. 그가 하나님께 얼마나 끈질기게 매어 달리며 영적 씨름을 했는지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시며 그를 뿌리치려 하셨다. 하지만 야곱은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축복을 확증받기 전까지는 끝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열심과 각오’를 가지고 하나님의 사자를 놓아주지 않았다.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창32:26)” 결국 야곱은 하나님으로부터 승리의 선언을 듣게 된다.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에 먼저 목회자들이 하나님 앞에 야곱과 같은 ‘열심과 각오’를 회복하여 하나님나라와 복음을 향한 뜨거움을 온 교회 성도들에게 전염시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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