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벽돌 건물과 종탑에 마을의 역사와 추억 간직
지난해 박물관으로 조성, 감동의 신앙유산 계승

박물관으로 변신한 석수교회 옛 예배당 전경.
박물관으로 변신한 석수교회 옛 예배당 전경.

경북 상주 석수교회(박주식 목사)의 예배당은 두 개다. 골목길 하나를 마주하고 있는 두 예배당 가운데 하나는 예배를 비롯해 지금의 신앙 역사를 쓰고 있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1960년에 건축한 옛 예배당이다. 옛 예배당은 복원공사를 거쳐 작년 5월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쇠창살이 뜯겨나간 철제대문.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과거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마을 아이들이 썰매를 타기 위해 교회 몰래 쇠창살을 빼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마을 출신자들이 “썰매를 타기 위해 몰래 쇠창살을 뜯어냈어요”라는 자백으로 알려졌다.
쇠창살이 뜯겨나간 철제대문.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과거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마을 아이들이 썰매를 타기 위해 교회 몰래 쇠창살을 빼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마을 출신자들이 “썰매를 타기 위해 몰래 쇠창살을 뜯어냈어요”라는 자백으로 알려졌다.

경북 내륙 깊숙이 자리한 농촌의 작은 교회가 두 개의 예배당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의아해할 수 있겠다. 100년도 되지 않은 60년대 세운 낡은 건물이 어떤 가치가 있기에 말이다. 석수교회 옛 예배당은 건물 자체로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물건 하나하나가 감동의 신앙이야기를 머금은 신앙의 보고(寶庫)다. 옛 예배당 보존 이유 설명에 앞서 잠시 석수교회 옛 예배당에 녹아 있는 믿음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신앙의 스토리텔링 가득한 옛 자료들.
신앙의 스토리텔링 가득한 옛 자료들.

먼저, 흙벽돌로 지은 옛 예배당은 석수교회를 넘어 마을 전체의 역사이자, 추억이다. 이 건물은 1960년 4월 22일 낙서교회 송석문 대목의 감독 하에 상량했고, 그해 완공했다. 이 건물 용마루에는 상량 일자와 함께,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는 마태복음 16장 18절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옛 예배당 건축 당시의 교인들은 세숫대야 등을 들고 산과 냇가로 가서 돌을 주워 기초를 놓다. 당시 시무 교역자였던 한성기 전도사는 손수 흙을 짓이겨 벽돌을 찍었고, 임분열 사모가 만삭의 몸으로 무거운 흙벽돌을 일일이 뒤집으며 말렸다. 더 큰 감동이 남아 있다. 동네의 교회가 예배당을 건축하는 일에 교회를 다니지 않던 마을 사람들까지 헌신을 했던 부분이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석수교회 건축을 돕기 위해 50리나 떨어진 추풍령까지 지게를 지고 가서 목재를 운반해 주었다.

석수교회 박주식 목사가 고 김달이 집사의 순교적 신앙이 서려 있는 종탑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석수교회 박주식 목사가 고 김달이 집사의 순교적 신앙이 서려 있는 종탑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석수교회 옛 예배당의 종탑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옛 예배당 입구 오른쪽에 우뚝 솟은 종탑은 고 김달이 집사가 세운 것이었다. 김달이 집사는 유학자인 남편이 교회에 가지 못하게 대문을 걸어 잠그면 담을 넘었고, 담을 더 높이 쌓으면 밖에서 자는 등 새벽기도와 모든 예배에 참석했다. 심지어 머리채를 잡혀 미나리꽝에 처박혀도 흙이 잔뜩 묻은 채로 교회에 올 정도로 뜨거운 신앙열정의 소유자였다. 계속된 남편의 핍박으로 하나님을 믿지 않고는 살 수 없다며 집을 나와 용문산기도원에서 밥 짓는 일을 도우며 지냈고, 이후 서울에서 식모살이를 했다. 교회 다녀도 좋으니 내려오라는 남편의 전달을 받은 김 집사는 식모살이한 돈으로 종탑을 세웠다.

이외에도 예배당 뒤편에는 성미를 보관하던 곳간이 있는데, 보릿고개 시절에도 이 곳간에 수확한 농산물을 바치며 믿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마당 한 켠에 녹슬어 버려진 철제 대문조차도, 당시 믿지 않던 아이들이 썰매를 타기 위해 몰래 대문 쇠창살을 뜯었다는 추억이 있을 정도로 석수교회 옛 예배당은 그야말로 스토리텔링이 가득하다.

1988년 새 예배당 건축 이후 방치하다시피 한 옛 예배당은 석수교회 성도와 출신들의 헌신으로 보수공사를 진행해 옛 모습을 복원시켰다. 오늘의 세대가 옛 선조들의 믿음을 이어가고, 향후 한국교회에 신앙 유산을 남긴다는 의미를 담아서 말이다.

옛 예배당 내부는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 놓았다. 소중한 신앙 유산과 스토리가 가득한 전시자료들이 많아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이곳에는 55~56년도 주일학교 공과를 비롯, 제1회 당회록, 춘궁기 추수한 곡식과 헌금을 기록한 70년대 회계장부, 일본 식민지 시절의 성경, 한지로 제작한 찬송가 궤도 등 신앙의 추억과 헌신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즐비하다.

석수교회 옛 예배당 실내 전경. 마룻바닥, 한지 찬송가 궤도, 나무 강대상은 옛 신앙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석수교회 옛 예배당 실내 전경. 마룻바닥, 한지 찬송가 궤도, 나무 강대상은 옛 신앙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박물관 조성에 남다른 열정을 보인 박주식 목사는 “기록물들이 많지 않아 안타깝지만, 박물관을 마련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며 “옛 선배들의 신앙을 계승하고, 흔적을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사명이 오늘 우리에게 있다. 건물과 물품뿐 아니라 오늘의 신앙의 흔적 또한 후대에 신앙유산으로 물려주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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