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개혁주의신학에서 본 사순절에 대한 소고
[오피니언] 개혁주의신학에서 본 사순절에 대한 소고
  • 이종찬목사(권선제일교회)
  • 승인 2021.03.02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찬목사(권선제일교회)
이종찬목사(권선제일교회)

칼빈과 존 낙스는 절기를 지키는 것은 중세적이고 모형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 대신 주일을 성실히 지킬 것을 권유했다. 이를 교훈삼아 우리는 지금 소위 사순절을 기억하기보다 종려주일과 고난주간을 보내면서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기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루터는 외적 절기를 지키는 것에 대해 관용적이었다. 성상을 파괴하는 것보다 마음의 성상을 파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츠빙글리는 외적인 것들 즉 절기나 성상 등이 신앙의 본질을 흐리게 유혹하므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흥미롭게도 스위스에서 츠빙글리가 중심이 된 종교개혁은 사순절 기간에 발생했다. 독일의 종교개혁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게시에서 비롯됐다면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은 소시지 문제에서 발단했다. 1522년 쯔빙글리는 친구 프로샤우어의 집에서 저녁 모임을 가졌다. 이때가 사순절 기간이었는데 저녁 모임이 길어지자 프로샤우어는 소시지를 내왔고 츠빙글리를 제외한 모두가 이를 맛있게 먹었다. 이 일은 시의회에 알려졌고 프로샤우어는 절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벌금형을 받게 됐다. 츠빙글리는 이러한 조치가 잘못됐다고 판단했으며 사순절 규정뿐만 아니라 중세 가톨릭 문제들을 비판하는 67개 조항을 제출했다.
절기 문제에 대해 칼빈은 루터와 츠빙글리의 중간 입장이었다. 칼빈은 제네바에서 철저한 개혁을 진행하려다가 추방당한 후 부스에게서 참된 성경적 신앙이 무엇인가를 배웠다. 성찬식을 루터는 매주일 할 것을 주장했고 츠빙글리는 일 년에 네 번 해야 한다고 한 반면 칼빈은 한 달에 한 번씩 시행했다.
칼빈과 낙스가 절기를 지키지 말고 주일을 지키자고 한 것은 첫째 절기신앙은 중세적이고, 둘째로 모형적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절기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모형인데 그리스도가 오심으로 주 안에서 모든 것들이 성취됐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개혁자들과 청교도들은 주일을 통해 절기가 가졌던 영적인 축복을 항상 누려야 한다고 믿었다. 칼빈이나 낙스는 본질을 중요시 여겨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주장을 했던 것이다. 가령 사순절을 지키는 중세교회는 사순절 내내 주님의 고난만을 강조, 부활의 기쁨을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교회가 절기 신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 이는 한국교회가 루터와 칼빈신학을 정확하게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구한말 선교사들 중 근본주의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고 우리나라가 유교적 전통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칼빈이나 낙스는 절기 안에 있는 믿음이 중요하며 절기의 정신은 그리스도 안에서 다 성취됐음을 알았기에 주일예배마다 그 은혜의 본질을 따르고 누리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우리 교단은 제84회 총회에서 사순절은 종교개혁으로 폐지된 것으로 보고 지키지 않기로 결의했다. 또 제103회 총회에서 84회 총회 결의를 재확인하여 사순절 용어 사용을 금하기로 했다. 필자는 권선제일교회를 시무하면서 개혁주의신학과 총회결의를 준수하여 사순절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일예배와 최소한의 정해진 절기를 통해 큰 은혜를 체험했다. 유행에 따르지 말고 절기 문제에 대해 절제하며 개혁신앙을 지켜나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