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후원 감소로 재정 어려움 가중, ‘투잡’ 내몰려 … 교단차원 지원 절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생계를 걱정하고, 투잡(two job)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총회세계선교회(GMS) 선교사들 가운데도 후원 감소로 인해 투잡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사역했던 A선교사는 지난해 7월 비자 만기와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귀국했다. 당장 머물 곳이 없었던 A선교사는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있는 노모(老母) 집을 찾았다. 그나마 비어있는 방이 한 칸이라 자녀들은 다른 곳에 거처를 구해야했다. 그렇게 6개월을 노모 집에서 기거하다, 지난 1월 중순 GMS본부의 주선으로 한 교회 게스트하우스로 옮겨올 수 있었다.

귀국 이후 거처 문제와 함께 후원 감소도 큰 고민거리였다. A선교사는 2년 전에 파송교회(주후원교회)로부터 후원 중단 통지를 받았다. 담임목사 교체 후 선교정책이 바뀌었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파송교회가 없는 상황에서 선교지에서는 개인후원금으로 어렵사리 집세와 사역비, 생활비, 자녀 학비 등을 감당했지만, 귀국 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귀국 후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 후원자들이 하나둘 후원을 중단하거나, 후원금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 있으니 사역을 안 하겠거니 지레 짐작한 것이었다. 6개월만에 후원금이 25% 가량이나 줄었다.

한 GMS 선교사가 서울 강남에서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배달 한 건당 받는 돈은 3000원으로, 보통 하루에 1∼2만원 정도, 많아야 3만원을 번다. 이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사역한 경험을 국내 외국인 사역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지만, 사역지를 주는 교회들이 드물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한 GMS 선교사가 서울 강남에서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배달 한 건당 받는 돈은 3000원으로, 보통 하루에 1∼2만원 정도, 많아야 3만원을 번다. 이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사역한 경험을 국내 외국인 사역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지만, 사역지를 주는 교회들이 드물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A선교사의 사역은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귀국 후부터 현지 현지인 사역자들과 수시로 연락을 하고, 인터넷으로 설교 영상도 보내고, 기도회도 인도했다. 사역에 소요되는 재정도 큰 차이가 없었다. 특별히 A선교사는 현지 가정집을 빌려 생활하며, 거기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그렇다보니 자신은 한국에 있지만, 꼬박꼬박 50만원 가량의 렌트비가 필요했다. A선교사는 “주일에 모이는 현지인이 30∼40명 가량 되는데, 내가 없다고 주일예배를 못 드리게 할 수는 없지 않나”며 안타까운 상황을 설명했다.

이제나저제나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선교지로 돌아가기를 고대하던 A선교사는 결국 지난해 말 구청에 공공근로 일을 신청했고, 올 1월부터 공공근로 일을 시작했다. 맡게 된 일은 안양천변 쓰레기 수거.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을 하면, 한 달에 100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돈으로 선교지에 50만원 가량의 렌트비를 보내고, 나머지로 한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A선교사는 “그나마 공공근로 일은 6개월만 할 수 있다. 그 후에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며 “일시적인 지원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파송교회가 연결되면 좋겠다. 그래야 사역도 안정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선교사 외에도 코로나19로 귀국한 선교사들 적지 않은 수가 대리운전, 음식배달, 건설 일용직, 편의점 알바 등으로 생활비와 사역비를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MS 선교사들의 투잡은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비자발적 철수나 사역 변경 등의 이유로 한국에 돌아와 사역 중인 선교사들 가운데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이 한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파송교회가 없어지고 후원이 중단된 경우다. 한국외국인지부 소속 B선교사는 2012년 귀국 후 지금까지 파송교회 없이 사역하고 있다. 외국어예배 담당 등 사역은 꾸준히 계속하고 있지만, 후원자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B선교사는 “한국에 돌아온 후에 서너 곳 있던 협력교회들이 후원을 끊었고, 개인후원자들도 줄어들었다”며 “한국에 와 있으니까 선교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B선교사는 지금까지 택시 운전, 배달, 빌딩 청소 등 여러 가지 부업을 해왔으며, 지금은 야간에 장애인자립생활주택 보조 일을, 낮에는 음식배달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와 사역비를 충당하고 있다. B선교사는 “선교지에서 교회도 개척하고 여러 가지 사역을 감당한 경험들이 있지만, 한국교회에서 선교사들을 채용해주지를 않는다. GMS 이사 교회들이 먼저 솔선수범을 해주면 좋겠다. 일회성 지원 말고 풀타임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문제는 A,B선교사와 같이 파송교회가 없거나,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후원이 끊기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GMS 전체 선교사들 가운데 60%는 선교비 기준에도 못 미치는 후원비를 받고 있으며, 전체 선교사 가운데 30%는 월 100만원 미만의, 최소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후원비로 생활과 사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 문제는 선교사의 사기는 물론 사역과도 직접 연결되는 부분으로,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 B선교사는 “내가 가진 것은 큰 미사일인데, 미사일을 가지고 땅콩을 까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며 사역과 생활을 위해 부업을 해야만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GMS 선교사무총장 전철영 선교사는 문제 해결에 있어 GMS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GMS를 넘어 교단 차원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 선교사는 “파송교회가 없는 선교사들이 240유닛에 이른다. 더욱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후원비가 줄어들고, 단기선교팀의 방문 중지로 까마귀 손길도 끊어진 상태다. 국내에 들어온 선교사들도 마찬가지로, 재정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선교사 파송교회 연결과 후원에 전국 교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