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율 목사의 사진묵상-성령의 열매]

필자가 서독에서 미군으로 복무할 때였다. 어느 날 정복 차림으로 친구와 식당을 갔는데 옆자리 손님이 나에게 “야파나?”(일본인이냐?)라고 물어서, “노. 코리안”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다시 “차이나?”라고 물어, 이번에는 “노. 아메리칸”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영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떠났다. 미군 정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 손님은 내 얼굴만 보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질문을 한 것이다.
훗날 재미교포 2·3세의 정체성 문제로 목회 상담을 할 때면, 나는 종종 내 경험과 이사야 43장을 인용했다.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지금 말씀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이가 말씀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는 말씀에서. ‘야곱아!’ 부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읽도록 했다. 그리고 말씀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도와주었다.
미국의 거대한 인종적·문화적 장벽을 넘어 자메이카 이민자인 흑인 아버지와 인도 어머니를 둔 해리스가 여성 최초의 미국 부통령이 되었다. 또한 주한미군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트릭랜드가 처음으로 한국계 미연방 하원의원이 되었다. 정체성의 위기(identity crisis)를 이겨낸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정체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그 순간부터 아버지를 떠난 탕자의 삶과 비견된다.(눅 15장) 그는 부잣집 둘째아들 신분이었지만 아버지를 떠나 외지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살다가, 결국에는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인생의 밑바닥에서 그동안의 모든 수고가 헛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우리의 삶도 자칫 이렇게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전 1:2; 눅 15:21)
그러나 자신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구원 받은 하나님의 자녀임을 아는 자의 삶은 다르다. 사도 바울이 말씀하듯 “우리가 지금까지 세상의 더러운 것과 만물의 찌꺼기같이 되었도다”(고전 4:13)라고 할지라도, 맡은 일에 충성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칭찬’(고전 4:1~5)과 ‘의의 면류관’(딤후 4:8)을 상으로 받게 될 것이다.
날마다의 삶 속에서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리고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인생이 되기를 기도한다.(마 5: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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