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군생활 중 사병체험을 하라며 장교들도 매복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1월의 어느 날 밤, 생전 처음 매복진지에서 눈을 부릅뜬 채 밤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단 하룻밤이었지만, 더디게 가는 시간 속에 갇혀 견디기 힘든 고통의 기억만 남았다.

학교 다닐 때 밤새워 공부할 때가 많았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신대원 시절 공부를 할 때도 그랬었다. 어디 공부뿐이랴? 교회 사역을 하면서 일이 너무 많아 잠을 잘 시간이 없을 때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두워지는 창밖을 본 기억이 가물거리는 사이 어느새 아침햇살이 반짝거렸다. “벌써 아침이 됐나” 싶기도 하다.

그랬다.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사람에게 밤이란 없다. 그 어두운 시간도 단지 공부하거나 일하는 시간일 뿐! 더욱이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시간의 유익만 즐겼다. 효율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밤샘 효과를 참 많이 보았었다. 없는 시간을 늘려주었고, 해야 할 일을 해내게 했다. 그렇게 밤샘을 한 덕에 지금은 밤마다 편안하게 잘 수 있게 된 것이리라.

지금 세상은 어둔 밤 같은 시간일지 모르겠다. 캄캄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 그 밤은 언제 끝날 지. 그러나 밤샘 공부를 해서라도 시험을 잘 치르고 싶거나 바쁜 일을 이 밤에 끝내야겠단 결심으로 눈을 부릅뜨는 사람에게 밤은 그다지 괴롭지 않다. 좀 피곤할지 모르지만 그 긴 밤을 이겨낸 뿌듯함만 남곤 한다. 물론 정말 싫은 매복의 시간은 지루하고 고통스럽기만 하였지만.

그렇다. 코로나19로 밤 같은 세상을 살지만 누군가는 고통,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밤의 생산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밤을 어떻게 보내는 지에 따라 다가오는 아침시간이 달라지는 것이다.

밤이 지닌 원래 목적처럼 편히 잠을 자고 나서 누리는 개운함이든지, 아니면 먼 미래를 위해 밤을 새우며 하루를 더욱 길게 사용하고 얻는 보람이든지. 밤이 주는 유익만 즐긴다면 밤은 하나님의 선물이요, 은혜일 것이다. 그러나 밤새 걱정으로 잠도 못 자고, 밤이기에 일도 못하는 사람에게는 피곤하고 지치는 시간일 뿐.

그래서일까? 코로나19라는 밤을 비교적 유익하게 보내고 있는 나는 환하게 빛날 아침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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