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은 목사의 독서대학]

한 요리프로그램에 영국인 부부가 초대되었다. 그날의 메인 요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스테미너 음식인 장어구이였다. 영국인 부부는 당황한 기색을 나타냈다. 영국에도 장어요리가 있다는 것이다. ‘장어젤리’라는 음식인데, 비릿함의 대명사이고 각종 프로그램에 벌칙 도구로 나올 정도로 비호감 이미지가 강하단다.

산업화 시대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영국인들에게 강에서 흔하게 잡히는 것이 장어였다. 생명력 강한 장어를 제철에 많이 잡아 보관기간을 늘이기 위해 젤리 형태로 만들었다고 한다. 맛을 위한 요리가 아니라 겨울이나 식량이 부족할 때 먹기 위한 비상음식이 장어젤리였다니 영국인 부부가 정색을 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코로나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중에 새해를 맞았다. 두렵고 떨린 마음으로 믿음의 자리를 지켜나가며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나아갈 때다. 사진은 ‘그래도, 우리는 이 길을 가야 합니다’라는 주제로 진행 중인 2021 성남노회 교사세미나와 사역자학교 포스터.
코로나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중에 새해를 맞았다. 두렵고 떨린 마음으로 믿음의 자리를 지켜나가며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나아갈 때다. 사진은 ‘그래도, 우리는 이 길을 가야 합니다’라는 주제로 진행 중인 2021 성남노회 교사세미나와 사역자학교 포스터.

드디어 식사시간이 이어졌고, 두 부부는 숯불에 구운 장어를 맛보았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부부는 그 맛에 감탄사를 내질렀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장어젤리와는 전혀 다른 맛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영국인 남편이 한마디 던졌다. “영국에서 누구 하나라도 장어를 제대로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내가 생선을 등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목사이기에 그랬을까? 그 말이 나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렸다. “한국에서 누구 하나라도 복음을 제대로 증거할 줄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내가 예수를 등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상황이 이러하지는 않다. 다만 필자의 신앙과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만든 울림 있는 말임에는 분명했다. 우리 주변 믿음의 형제자매들 중 교회와 복음,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멀어진 이들이 적지 않다. ‘가나안 성도’를 자처하며 혼자라도 신앙의 길 걷기를 고민하는 이들은 그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나 할까. 그들이 복음을 등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개인의 죄악 때문일까? 하나님의 선택함을 받지 못한 영혼이었기 때문일까? 불현듯 예수님의 책망이 떠올랐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교인 한 사람을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생기면 너희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도다.”(마 23:15)

예수님의 책망은 이천년 전 서기관과 바리새인들 만에 대한 것은 아닌 듯하다. 오늘 이 시대를 사는 모든 목사와 크리스천들이 두렵고 떨린 마음으로 스스로 돌아보며, 신앙의 과제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영혼 구원이 우리의 능력으로 말미암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맡겨 감당하게 하신 크리스천의 사명이 있다는 사실이다. ‘혹시 내가 좀 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제대로 전하고, 믿음과 신실한 삶의 열매와 향기로 살아왔다면 신앙을 등지지 않고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갔을 이들이 있지 않을까?’ 2021년 새해,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지금까지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또 다시 허락하실 긍휼함과 은혜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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