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는 손끝으로 할 수 있는 묵상’이란 말이 있다.

손가락으로 펜을 잡고 한 자 한 자 좋은 글을 옮겨적다보면 글의 무게가 점점 가슴 깊이 파고들고 어느덧 마음의 근심과 고통마저 치유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해를 맞아 기독출판사들이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필사할 수 있도록 돕는 책들을 너나할 것 없이 발행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아가페출판사는 전통적으로 여러 종류의 필사성경을 출간해서 많은 고정 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온마음 쓰기성경>, <밑글씨 매일 쓰기성경>, <본문이 있는 채움 쓰기성경>, <새번역 밑글씨 쓰기성경> 등으로 종류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 <온마음 쓰기성경>을 열면 장, 절이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총 4권으로 구성됐다. 성경 전권 쓰기에 도전해도 되고 좋아하는 성경부터 옮겨 적어도 된다. 자필로 썼을 때 적합한 크기, 단어 사이, 자간 등을 고려해 행수를 추산했기에 완필했을 경우 기존 성경과 거의 흡사한 형태를 손에 넣을 수 있게 했다.

성경전권에 도전하기가 벅차다면 우선 마태복음 필사, 그것도 예수님의 주옥같은 말씀만을 뽑아서 기록해 보면 어떨까? 홍림이 낸 <예수가 전한 말 선물>은 마태가 전한 예수님의 메시지 중 106편이 아름다운 캘리그래피로 적혀 있다. 필사를 하는 성도는 한편에 적힌 예수님의 말씀을 보면서 다른 쪽의 공간에 말씀을 따라 쓸 수 있다.

마태복음 4장 1~11절 광야에서 시험을 당할 때 마귀를 이기셨던 예수님의 확신있는 음성으로 시작해서 28장 18~20절 제자들에게 지상명령의 사명을 주셨던 힘찬 목소리까지 따라가다 보면 허황한 말을 지껄이는 것이 아니라 말씀에 귀기울이는 것이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순종할 마음이 생긴다.

생명의말씀사에서 낸 <하루 한말씀 쓰기성경>에는 100개의 성경말씀이 한글과 영어로 제시되어 있다. 특이하게 ‘하루 한말씀 묵상하기’ 공간을 마련해서 말씀을 옮기면서 와 닿은 깨달음을 정리할 수 있게 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 한 말씀을 직접 써보고, 영어로 필기하면서 한번 더 묵상하고, 그 말씀에 내 삶을 비추어 내 하루가 말씀과 같아지기를 고백하는 아침은 행복할 것이다.

같은 생명의말씀사가 낸 <오늘, 잠언 쓰기>는 잠언 전장이 실려 있다. 잠언에는 20여 차례나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식의 근본”이라는 말이 나온다. 세상을 약게 살려면 지식과 재물과 건강과 명예를 갖추라는 세속적인 조언의 세례를 받지만 잠언을 쓸 때만큼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라는 진리 앞으로 다시 인도된다.

이밖에 두란노, 규장 등 내로라하는 기독교계 출판사로서 필사성경을 발간하지 않는 곳은 없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필사성경을 골라보는 재미는 덤이다.

홍림출판사 김은주 대표는 “삶의 온갖 편리는 역설적이게도 사람의 두려움을 키우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나님의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따라가며 심비에 새기듯 마음에 담고, 복잡한 세상 가운데 헝클어지고 두려움과 근심 가득했던 영혼에 쉼과 힐링을 주는 성경 필사에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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