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목사(안성하늘꿈교회. 한국입양선교회장)
김동석 목사(안성하늘꿈교회. 한국입양선교회장)

지난 10월 13일 연약한 어린아이 정인이가 16개월의 짧은 삶을 마감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공중파 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해당 사건을 보도할 때만 해도 대한민국의 대다수 부모들은 누구를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않고, 미성숙한 부모 밑에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한 아이를 마음 아파하면서 조용히 애도하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이런 아동학대 사건은 비단 정인이 한 명만이 아니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 동안 가정 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70명이었다. 그 아이들 중 40명은 친부모에게, 2명은 같이 사는 아버지로부터, 10명은 같이 사는 어머니로부터, 8명은 미혼부모 가정 안에서, 5명은 동거부부의 손에, 2명은 재혼가정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70명의 아동이 죽어가는 동안 지금처럼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적은 없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앞다투어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고, 수많은 연예인들은 해시태그를 달면서 추모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학대 아동의 죽음은 다 비극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기에 70명 아이들의 사건은 모두 같은 무게를 가진다.
그런 와중에 최근 언론의 보도가 이번 사건의 원인을 입양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흐름과 함께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는 것 같아 큰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해당 사건은 아동 학대 예방에 대한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게 밝혀졌으며, 주무부처로부터 지난 12월 초 해당 사건에 대한 후속대책이 발표되었다. 그 대책 어디에도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은 없었다.
즉 정인이 사건은 입양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학대의 문제이며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 공적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잖아도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 이후 국내입양이 1/4로 줄어들었는데, 이번 사건에 대한 잘못된 접근으로 인해 그나마 좁은 입양의 문마저 닫혀버릴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도 부모 품에서 양육되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해마다 4000여명의 보호대상 아동이 발생하고 있고, 3000명 이상의 보호종료 및 보육시설 퇴소자들이 해마다 사회로 쏟아져나와 부모 도움 없이 홀로서기 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아이들에게는 동정적 시선으로 던지는 몇 마디 위로의 말이나, 공적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목소리 높이는 어른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가족이 되어줄 부모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필자 또한 입양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을 접하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일을 통해 인간은 누구든지 어떤 상황에서든 연약함과 악한 본성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문제의 원인을 특정 대상에게서 찾거나 사회적 시스템과 환경 탓으로만 돌리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겸손히 회개하고 치유와 회복의 은혜를 간구하려 한다.
한국교회와 성도들도 이 사건을 대하면서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환란 중에 고아를 돌보라는 주님의 부탁 말씀을 다시 떠올리며, 입양이든 위탁이든 어떤 모양으로든지 가정과 부모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이 땅의 어린 생명들을 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땅끝까지 전해야 할 ‘살아있는 복음’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