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요즘은 어디에 가든지 발열 체크를 거쳐야 들어간다. 체온계를 머리에 들이대기도 하더니 미안해서인지 요즘은 손목을 내놓으란다. 학력, 체력, 재력은 묻지 않아도 체온을 묻는 것이다. 이런 세상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호텔, 백화점, 카페, 식당 그리고 예배당까지 발열체크를 반드시 거친 후 입장한다. 수동체온계보다 편리하게 자동으로 측정하는 열감지 카메라 앞에서 내 몸의 온도는 얼마나 될까 긴장되기도 한다.

발열 체크 중 문득 드는 생각. 36.5° 정상체온! 우리가 존재하는데 안전한 온도이긴 하지만 세상을 달구고 변화시키려면 그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이 끓는 온도는 100°C. 태양의 표면 온도는 6000°C, 지구상에서는 모든 것이 남아날 수 없는 온도다. 그런 태양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 4000°C, 태양 핵의 온도는 1500만°C라고 하니 상상 불가다. 그렇게 뜨겁게 타오르기에 1억9460만km 떨어진 우리 지구를 이렇게 따뜻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36.5°를 유지하는 내 몸, 그러나 이 속에 끓고 있는 열정은 어느 정도일까? 주님께서 내게 주신 목회와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위해 얼마나 뜨겁게 불태워 왔는지. 태양처럼 뜨겁게 나를 달구어 멀리 떨어진 지구 반대편에 이름 모를 누군가까지 따뜻하게 해줘야 할 텐데. 너무 차가워진 내 손을 만진 누군가가 놀라 몸을 움츠린다. 마음의 차가움이 손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나는 태양처럼 그렇게 뜨겁게 불타오를 수 없는 것일까. 한 해를 마무리하며 얼마나 열정적으로 불태워 왔는지를 생각한다.

안도현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는 시에도 나오지만 나는 활활 타오르는 연탄처럼 그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을까? 다 타버린 연탄재처럼 차갑게 식어 버린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도 무심코 쓸모없다면서 연탄재를 발로 차고 있다.

뜨겁게 시작한 2020년, 그렇지 않아도 식기 쉬운 세상인데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싸늘한 나를 당연히 여기는 것은 아닌지? 아니 너무 뜨겁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발열 체크는 늘 문제없이 통과하곤 하지만, 주님 앞에선 식어버린 나의 열정을 부끄러워한다. 지금 나는 몇 도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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