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교회 신학계 결산

신학자들은 대개 학기 중 주말에 학회를 자주 연다. 주중에는 강의를 하느라 시간이 없고, 방학 중에는 안식년을 떠나 외유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주말 학회나 세미나는 크게 줄었다. 불가피하게 학회가 열리는 경우, 전원이 마스크를 쓰고 강의나 토론을 하는 진풍경을 보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비대면학회로 전환했으나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2020년 신학계를 결산해 본다. <편집자 주>
 

공교회성 상실 반성
코로나19는 교회에 반성의 시간을 주었다. 학계는 한국교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예배의 중단사태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여서 예배해야 한다”는 말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을 꾸짖었다. 모여서 예배하는 것은 성경에서 가르치는 바이고 그것이 온전한 모습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교회로 나오지 못하여 각처에 흩어져 있는 성도들에게도 당장 필요한 영의 양식을 공급해 줄 수 있어야 했는데 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더뎠다는 데 있었다.

6월 4일 분당산울교회에서 열렸던 한국교회생명포럼에서 송준인 목사(청량교회)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모여서 예배하기보다 흩어져서 예배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면서 “지금은 비상한 방법으로 예배할 수 밖에 없으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가정 예배와 순종의 삶으로 드리는 예배”라고 지적했다. 같은 포럼에서 정원범 교수(대전신대)는 교회 내 성도들에 대한 관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회 밖 비신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불안에 소망을 제시해주는 데까지 나가지 못하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는 기독교가 일상의 예배를 소홀히 여기면서 회집예배만을 강조했던 잘못이 있음을 알려준다“면서 ”기독교는 모든 것을 교회 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역사적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던 점을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질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이 8월 17일과 18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서창원 목사는 아무리 영상예배가 중요해졌다고 하더라도 우선해야 하는 것은 설교라고 강조했다. 서 목사는 “목회자들이 설교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서 “목회자들이 심기일전해서 성령의 이끌림을 구하고 날마다 진리의 말씀과 씨름하여 교회가 개인주의와 편의주의에 물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말씀을 중심으로 하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온라인예배 상황이 길어지고 모여서 하는 성찬예식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온라인 성찬이 성경적이냐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역시 같은 개혁주의설교연구원 세미나에서 김병훈 교수(합신대)는 “성찬은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먹음으로써 영적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는 것이기에 시공간적으로 한 공동체로 모여서 행할 일”이라면서 “소수만 모여 성찬을 하거나 영상예배로 성찬식을 진행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성례는 말씀과 함께 시행되어야 하며 말씀을 인치는 은혜의 방편으로, 이러한 방편은 반드시 한 공간에 함께 하는 공간성의 확보를 요구한다”면서 “현장에 없는 수세자에게 물세례를 줄 수 없듯이 현장에 없는 수찬자에게 성찬의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선 교회들에서는 온라인 성찬을 가정별로 시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 여느 때보다 가정예배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가 많아졌다.

한국전쟁 70년, 통독 30주년
6.25한국전쟁 발발 70년과 독일통일 30주년을 기념하며 통일을 기원하는 학술대회도 있었다. 학술대회에서는 남북통일을 위해 국내에 함께 살고 있는 탈북민에 대한 차별 해소에 힘써야 하며 통일의 방식은 점진적으로 북한 내부의 변화를 꾀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한국실천신학회가 2월 7일 인천 카르스호텔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박삼열 박사(유니온신학교)는 “상당수 탈북민들이 태국 등 제3국에 임시로 머물려 영구정착지를 선택할 때 한국보다는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을 원하며, 또 이미 한국에 정착한 이들 중에도 상당수가 다시 한국을 떠나고 싶어한다”면서 “그 이유는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을 겪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고원석 박사(장신대)는 “독일이 통일이 된 후 본래 개신교 본산지였고 공산화되기 전 80% 이상의 개신교인이 있었던 동독지역의 경우 2010년 현재 개신교 인구는 17%로 급감했고 무종교인은 78%로 급증했다”면서 통일 자체만큼 중요한 것은 통일에 대한 기도와 준비임을 일깨웠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북한인권백서>가 발간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 백서에서는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법적 권리로 명시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주민이 종교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는 등 종교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밝혀, 남북관계 개선은 인내를 가지고 지속해야 하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이어야 함을 제시했다.

차별금지법 반대, WEA, 신학생 감소
8월 11일에는 총신대 고신대 합신대 서울신대 아신대 백석대 등 전국 36개 신학교 367명의 교수들이 백주년기념관에 모여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에 반대하는 전국 신학대학 교수 연대의 입장’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차별금지법은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법이 되기에 반대한다”면서 6개항의 반대 이유를 밝혔다. 교수들은 차별금지법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면서 법안 통과를 적극 저지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10월 31일 칼빈대학교에서 정기논문발표회를 열고 주요 교단 신학교에서조차 미달에 가까운 지원상황을 보이는 신학교 입학급감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신원하 교수(고려신대원장)는 “신대원 지원자의 급감 및 정원 미달 현상은 신학교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져오고 목회자 후보생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런 우려를 막을 수 있는 길은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이 좋은 여건에서 수준높은 수업을 받으므로 학교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상복 김명혁 강승삼 목사 등 교계원로와 신학교 교수들이 9월 11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WEA에 대한 우리들의 입장’을 발표한 일도 있었다. 이들은 “WEA는 전세계 6억명의 복음주의 개신교인구를 대표하는 국제기구이며 성경의 완전무오성과 역사적 기독교 신앙 전통을 분명히 표방하는 기구”라면서 WE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거둬줄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 유아세례와 유아성찬 시행, 목회자 이중직, 전광훈 목사 이단성 이단분별,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 등이 이슈가 됐다.

개인경건·이단경계 강조 많았다

올해 나온 신학서적

올해는 공예배 참여 등 활동이 줄어듦에 따라 개인경건을 도모하는 책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또 신천지사태로 인해 이단에 대한 경계나 교리를 강조하는 저서들도 다수 쏟아졌다.

경건을 강조하는 책들 가운데 <거듭남, 새로운 시작>(강문진/CLC), <성령의 복음>(박용규/한국기독교사연구소), <365일 교리묵상>(임경근/이레서원), <성경묵상 어떻게 할까?>(김진규/생명의샘), <귀납적 큐티>(김명호/넥서스 크로스), <팀 켈러의 90일 성경공부>(팀켈러/두란노) 등은 평신도들에게 도움이 됐다. <기독교강요>(문병호/생명의말씀사)는 라틴어 최종판을 직역하여 4권으로 펴낸 대작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사무엘 밀러의 장로교회제도>(사무엘 밀러/고백과문답), <올인원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박동근/세움북스) 등도 눈길을 끌었다.

역사와 관련해서는 <한국교회를 빛낸 칼빈주의자들>(안명준/킹덤북스), <대륙의 십자가>(송철규/메디치), 설교분야로는 <본문이 이끄는 설교>(데이비드 알렌/아가페), <설교의 삼중주>(신성욱/킹덤북스), 선교에서는 <선교사의 정신건강과 책무>(김진봉/두란노), <선교학총론>(김철수/GMS), <북한선교학의 기초 성경적 통일신학>(이수봉/하모임), <여섯 가지 주제로 본 현대선교>(한국선교연구원/한국해외선교회출판부)가 선을 보였다. 코로나19 대처방안을 제시하는 <잊혀진 교회의 길>(마이클 리브스/이레서원), <교회통찰> (김영한 등/세움북스), <코로나 이후 3년 한국교회 대담한 도전>(최현식/생명의말씀사), <전염병과 마주한 기독교>(안명준/다함)가 독자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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