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오 공동대표(기독교윤리실천운동, 오디세이학교 교사)

몇 년 전 수능 감독을 할 때였다. 고사 종료 5분을 남겨둔 상태에서 한 학생이 답안지 표기를 잘못했다며 OMR 답안지 교체를 요청했다. 당시 규정에 따라 고사 종료 5분 이내에는 답안을 바꿔줄 수 없다고 했더니, 그 학생이 “답안지 수정을 못해 1점 떨어지면 선생님이 내 인생을 책임질 거예요?”라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부득이 답안지를 교체해줬더니 그 학생은 2번이라고 표기했던 한 문제의 답을 3번으로 수정을 해서 답안지를 제출했다. 수능 시험이 마무리 된 후 너무 궁금해서 그 학생이 답을 수정했던 문제의 정답을 확인했더니 정답은 2번도 3번도 아닌 5번이었다.

비록 이 학생이 정답과 무관한 2번과 3번을 가지고 여기에 자신의 인생이 걸린 것처럼 답안지 교체 소동을 벌였지만 그 누구도 이 학생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수능 점수 1점 차이에 의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나 전공에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것이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능 점수와 특정 대학 합격 여부는 인생에 작용하는 수많은 변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여기에 우리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를 더하면 인생에서 수능 점수와 특정 대학 합격이 미치는 영향력은 더 작아진다.

매년 수능 시험을 앞두고 가슴 졸이는 수험생들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연기와 온오프라인 수업 병행, 온종일 마스크 착용 등으로 인해 공부 리듬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불안해했을 아이들을 생각할 때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 가정과 교회는 수능과 대입 과정에 있는 아이들을 향해 “수능 점수와 대입 결과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은 사탄이 심어준 거짓말이야”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네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야. 우리가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으로 마음을 새롭게 하고 하나님의 말씀과 그의 인도하심을 따라 순종하는 것이 우리 인생을 좌우하는 거란다” “수능과 대입은 하나님이 네 인생을 인도해가시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해. 여기에서 네가 어떤 결과를 얻든 너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계획하심은 끝이 없음을 믿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이 모든 것 위에서 너를 인도하실 하나님의 손길을 믿음으로 바라보렴”이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수능 시험에 임하는 자녀를 위해 기도할 때 자녀가 공부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게 해달라는 요행을 구하는 기도를 멈추어야 한다. 오히려 하나님이 지금까지 자녀를 선하게 인도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 하나님이 이 수능뿐 아니라 그 인생 전체를 통해 모든 시련 가운데서 자녀를 믿음 안에서 지키시고 인도해가실 것에 대한 신뢰의 기도, 자녀가 공부한 만큼 결과를 얻고 여기에서 교훈을 얻게 해 달라는 정직의 기도, 내 자녀 뿐 아니라 수능에 임하는 모든 수험생들의 마음을 지켜달라는 은혜를 구하는 기도를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모든 수험생들을 점수에 의해 한 줄로 세우는 이 비인간적인 입시 제도가 개선되어 모든 자녀들이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은사와 재능을 따라 이를 잘 개발해서 이것으로 세상을 섬기며 살아갈 수 있는 교육과 대학입학 제도가 실현되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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