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율 목사의 사진묵상-성령의 열매]

199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낼 때였다. 한밤중에 침대가 마구 흔들려 깨어서 보니, 사진액자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지진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식구들을 서둘러 깨워서 밖으로 대피했다. 한참 후에 집으로 들어와서 뉴스로 확인해 보니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하여 건물들과 고속도로가 무너지고, 비행장이 일시 폐쇄되었다. 무려 72명이 숨지고 250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여진이 발생하면서, 가스가 폭발하여 불이 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 안에 있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만약 당장 집에 불이 나서 탈출할 시간이 3~4분밖에 없다면 무엇을 할까 생각했다. 서랍을 열어보았다. 잊지 못할 추억이 담겨진 물건, 다른 사람에게는 귀한 것이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돈보다 훨씬 중요한 사랑의 선물들이 있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이었다. 가장 위대한 선물은 손으로 들고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사랑으로 포장하여 놓은 것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9장 15절에서 “말할 수 없는 그의 은사를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노라”고 고백한다. 하나님의 선물을 “말로 완벽하게 설명될 수 없으리만큼 대단한 것”이라며, 어떤 단어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주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나 같은 죄인에게 주시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사랑의 선물이다. 그 선물의 귀중함을 알고 난 후 우리는 ‘범사에 감사’하고, 상대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던 모습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한다.
찬송가 304장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의 2절은 작사자 미상으로 되어있지만, 일설에는 어느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환자가 입원실 벽에 써놓은 것을 나중에 그가 죽은 후 발견한 것이라고 전한다.
‘괴로운 시절 지나가고 땅 위에 영화 쇠할 때, 주 믿지 않던 영혼들은 큰 소리 외쳐 울어도, 주 믿는 성도들에게 큰 사랑 베푸사, 우리의 죄 사했으니 그 은혜 잊을까. 하나님 크신 사랑은 측량 다 못하네!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 성도여 찬양하세!’
하나님은 말할 수 없는 큰 사랑의 선물을 우리에게 주셨다. 심지어 정신병원의 환자에게도 희대의 살인마 고재봉에게도 그 사랑을 주셨다. 예수님의 생명을 선물로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하나님 보시기에 나도, 그들도 귀중하다. 바울은 그 사실을 알고 이렇게 고백한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그의 은사를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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