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디오게네스, 고대 헬라의 철학자.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던 그는 개처럼 통 속에서 살았기에 개를 의미하는 단어 ‘키노스’에서 유래한 ‘키니코스’ 학파로 불렸다. 평생 통 속에 거하며 한 벌 옷만 입었고 물을 떠먹기 위한 표주박조차도 개가 물 먹는 모습을 보고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런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더 대왕의 만남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디오게네스의 명성은 알렉산더가 찾아가게 했다. 그의 사는 모습을 본 대왕은 디오게네스에게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 소원을 묻는다. 이에 대한 디오게네스의 답 “햇빛 가리지 말고 비켜주시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호의를 가지고 찾아간 당대 최고의 권력자 알렉산더 대왕이나 그가 줄 수 있는 많은 것을 부러워하거나 추구하지 않았던 디오게네스 앞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는 태양빛 같은 하나님보다, 그 빛을 가려버릴 돈이나 권력, 또 편안함을 추구하며 빛을 등지기도 하고 잃기도 하지 않는가. 빛을 잃은 줄도 모른 채 여전히 캄캄함 속에서 뭔가 잡겠다며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러는 사이 나를 통해 주님으로부터 오는 빛을 받아야 할 사람 앞에 서서 그 빛을 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의의 태양이신 주님을 제대로 보는가? 또 보여주는가? “목사님 좀 비켜주세요. 주님이 안 보여요”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그 소리를 들으며 부끄러워하기보다 디오게네스를 결코 이해할 수 없던 알렉산더처럼 이상한 듯 바라보는 나는 아닌 지. 주님도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내 길 막지 말고 좀 비켜라”

대낮에도 등불을 켜고 사람다운 사람을 찾아다니던 디오게네스가 지금 여기 있다면 나를 사람으로 알아볼까? 여전히 등불을 켠 채 사람이 안 보인다며 답답해하지 않을 지. 어디 디오게네스뿐이겠나? 주님 역시 이 세상이 어둡다며 빛으로 오셨지만 어두움에 취한 사람들은 그 빛을 알아볼 수 없었다. 밝은 빛에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영적 각막이 손상을 입어 새로운 빛을 찾는 이스라엘 앞을 가로막는 종교인들만 가득 했었으니. 빛 밝은 예배당에 앉아 멋진 의식으로 예배하지만 난 여전히 어두움에 갇힌 것 같아 오늘도 내게 비출 그 빛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