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19와 농어촌 추수 감사
[시론] 코로나19와 농어촌 추수 감사
김기중 목사(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 노충헌 기자
  • 승인 2020.11.16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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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목사(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김기중 목사(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습니다.”
얼마 전 농어촌 순회 선교길에 만난 목사님께 인사를 드렸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습니다.”
또 다른 장면. 도시 사는 자녀들이 농어촌에 계시는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안부 인사를 나누며 마지막에 꼭 확인하고 전화를 끊는다. “어머님, 교회 가지 마세요!” 그렇게 전화하는 자녀들을 굳이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이 오늘 우리 농어촌교회 현장의 모습이다.
금년에는 유례없는 긴 장마와 태풍 피해가 있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더욱 강도 높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독감 등으로 가장 힘들 때 코로나19라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찾아와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놨다. 그 누구도 걸어 보지 않았던, 아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세계적 사변이 되었다.
새로운 기준(뉴노멀)이 만들어지고, 이제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었다. 교회가 비대면으로 예배를 드리고, 예배당 문을 닫는 일까지 이르렀다. 코로나19는 우리 농어업에 생산 방식과 소비 방식까지도 바꾸어 놓고 있다.
코로나19가 오래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농어촌교회는 추수감사 주일을 맞이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대면 예배가 허락되었지만, 예전과 같은 활기를 찾아볼 순 없다. 농어촌교회는 추수감사예배 때가 되면 마을 잔치를 벌여 추수한 농산물로 음식도 정성스레 만들어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으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축제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금년에는 성도들이 다 함께 모이지도 못하고 함께 음식도 나누지 못하는 유례 없이 조촐한 추수감사 주일을 맞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어렵고 힘든 것은 농어촌 사회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이웃들의 따가운 시선들이다. 이런 분위기가 농어촌 목회자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농어촌교회의 경제적 어려움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농어촌교회의 재정 압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온라인 예배 시스템도 없거니와 헌금을 자동이체 해 달라고 요청드리기도 조심스럽고 어렵기 때문이다. 고령의 교인들에게 은행의 자동이체를 헌금이라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기에 이중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농어촌교회가 문을 닫을 순 없다.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지난 12일 농어촌 목회학교에 참석한 농어촌 목회자들이 모여 다짐을 하였다.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염려하며 사람의 뜻만 주장하고 사람의 목표, 사람의 소유만을 탐하는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만을 섬기며 하나님께서 주관하시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생명 공동체로 농어촌교회의 사역 현장으로 이루어갈 것을 함께 다짐하였다.
생명을 살리는 농업에선 병해충을 죽이는 농약을 쓰지 않고 건강한 밭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듯, 이제 우리 모두 공교회 정신을 회복하여 ‘한 사람이 천 걸음’보다 ‘천 사람이 한걸음 씩’ 나아가 하나님이 바라시는 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공교회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에 고통과 아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사랑과 인애가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 그 때문에 교회는 다시 한번 건강하고 온전한 새언약 공동체로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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