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율 목사의 사진묵상 성령의 열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6:1~2에서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자로서 너희를 권하노니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 이르시되 내가 은혜 베풀 때에 너에게 듣고 구원의 날에 너를 도왔다 하셨으니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라 했다. 이 말씀을 보면, 그 당시 고린도교회의 문제와 영적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받은 성도 중 일부가 거짓 교사의 가르침에 현혹되었다. 그 은혜를 공허한 것으로 만들지 말라고 권면하면서, 하나님께서 은혜로 인간을 구원하시는 때가 도래했음을 강조하는 바울의 급한 심정이 절절히 느껴진다.

하나님의 은혜는 마치 감나무 밑에서 홍시가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받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마냥 스스로 할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여겨도 곤란하다. 시편 107:9은 ‘그가 사모하는 영혼에게 만족을 주시며 주린 영혼에게 좋은 것으로 채워주심이로다’라고 했고, 히브리서 4:16은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고 한다. 이 말씀들에 따르면, 우리는 은혜를 사모하며 주님께 가까이 가야한다.

톨스토이의 단편 ‘세 가지 질문’에서는 어떤 왕이 다음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한다. 첫째, 내 인생에서 언제가 가장 중요한가? 둘째, 내 인생에 누가 가장 중요한가? 셋째, 내 인생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여러 학자와 신하가 갖가지 답을 제시했지만 어느 것도 왕을 흡족케 하지 못했다.

결국 왕은 어느 유명한 지혜자를 찾아갔다. 밭에서 일하던 지혜자에게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던 중에, 갑자기 숲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청년이 달려 나왔다. 왕은 엉겁결에 자기 옷을 찢어 청년의 상처를 싸매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문제의 청년은 왕에게 원한을 품고 복수하려던 중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서도 왕은 그를 용서하고, 과거 몰수했던 재산까지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청년은 왕의 호의에 감격하여 더욱 충성스러운 신하가 되겠다고 맹세한다.

그 일이 있고나서 왕은 비로소 지혜자로부터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대하고 있는 사람이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대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입니다.”

은혜를 베풀면 원수도 충신이 된다. 밤이 깊으면 보이지 않던 별들이 빛나듯, 힘들고 어려울 때 하나님의 은혜는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기게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그리스도인은 범사에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소망 중에 기쁘게 살아갈 수 있다. 은혜 받을만한 때와 은혜 베풀 때를 놓치지 말자.

사진설명>>캄캄한 밤이 되면 오히려 낮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우리 인생에서도 주님의 은혜는 고난의 밤에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사진은 미국 애리조나사막의 모뉴먼트밸리를 각각 낮과 밤에 촬영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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