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지난 10월 25일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50만 삼성 식구들은 물론 세상이 떠들썩했다. 나는 사실 특별한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모 일간지에 그에 대한 추도사 전문이 실려서 관심이 생겨 읽어가다가 이런 글을 보았다. 전 비서실장이었던 이수빈 씨가 쓴 추도사였는데,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합니다”라고 했다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혼났다는 이야기다. ‘내가 곁에 있었어도 혼났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최근 나도 “목회는 질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조금은 때늦은 회고 중이다.

이스라엘 비아 돌로로사를 따라 올라가며 아랍 장사꾼들에게서 들었던 말이 있다. “빨리빨리, 빨리빨리”를 외치며 한국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한국말을 하고 있었다. 이 말은 한국을 좀 아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것이기도 하다.

2004년 그리스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늦게까지 준비가 잘되지 않아 올림픽 위원회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걱정할 것 없어, 여차하면 한국에 맡기면 돼.” 한국은 빨리 뚝딱 준비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욕인지 칭찬인지? 그것도 올림픽 위원회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니…. 한국이 짧은 시간 내에 세계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빨리빨리’도 그중에 들었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문제는 한국 교회다. 조금은 늦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너무 조급했던 것 아니었나 반성해보게 된다. 총동원 주일, 새생명 축제, 잘나가는 기업식 조직,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방법론 등 빨리 대형교회로 진입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지 않았을까. 

그 결과는 오늘날 나타나고 있다. 사회는 이런 교회의 모습에 질렸던 것 같다. 나도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코로나19를 만나며 ‘본질’에 대한 반성을 한다. 그러나 정말 기독교의 본질이 회복되는 교회가 되고 그런 성도가 되려면,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질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 사람 한 사람을 제대로 된 신앙인으로 세워가는 교회였다면 어떠했을까? 빨리 교회가 커져야 한다는 조바심에 쫓겨 본질을 놓친 건 아닐까? 물론, 멸망의 도상에 있는 자들을 빨리 구원해야 한다는, 구원의 시급성이라는 좋은 명목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천천히 가도 늦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소망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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