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란 영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계 전반이 극심한 불황을 겪는 와중에도 3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잔잔하지만 꾸준히 흥행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영화가 배경으로 삼는 시대와 공간은 1995년의 한 대기업이다. 주인공들은 고졸 출신 여사원들이다. 당시 유행하던 ‘세계화’라는 화두를 반영하듯, 주인공들은 직장에 개설된 영어강좌를 통해 비좁은 승진의 길을 찾으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다 자신들의 회사가 ‘폐수 무단방류’라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유명한 ‘낙동강 페놀사건’이다.

영화는 이 무명의 여사원들이 거대기업에서 자행하는 횡포와, 그로 인해 이유도 모른 채 고통 받는 사람들의 비극에 분노하여 용기 있게 나서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주인공들이 안정된 생계를 보장해 주는 직장을 등지고, 요즘 시대에도 결단하기 힘든 내부고발자의 길을 택한 이유는 극중 대사 한 마디에서 드러난다.

“저는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희 회사가,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일이라면 저는 하고 싶지 않아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많은 관객들이 이 대목에서 가슴 깊이 울림을 느꼈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현실적 목표나 관계를 저버릴 수 없어서 스스로 대의 양심 신념 같은 가치들에 눈감았던 순간들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과연 그런 순간이 없었을까. 돈이나 권력 같은 하찮은 욕망에 굴복하며, 세상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적은 없었을까.

목사님들께 부탁드린다. 교우들이 자신이 몸담은 교회에 진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바른 리더십을 발휘해주시라. 성도들에게도 부탁드린다. 새신자들이, 다음세대들이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신분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본이 되어주시고, 옳은 선택을 해주시라. 다같이 복음의 대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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