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우 목사(김천제일교회)

조병우 목사(김천제일교회)
조병우 목사(김천제일교회)

우리 교회의 한 쪽 벽에 세로 7미터, 가로 2미터의 긴 현수막이 4개 걸려 있다. 그 중에 두 개에는 사진과 이름을 새겨놓았다. 하나는 순교자들의 사진들이고, 다른 하나는 선교사들의 사진들이다. 순교자의 사진은 조선시대와 일제시대, 그리고 공산주의자들에게 순교를 당하신 분들이다. 이 땅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자신을 온전히 헌신하신 귀한 선교사들 역시 예배하는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성도라면 이 분들 앞에서 자신의 삶과 신앙을 점검하고,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특별한 의미로 걸어 놓았다. 목사로서 강단에 앉으면 그 사진 속 얼굴들이 바로 눈앞에서 나를 보고 있는 듯해서 늘 부끄러움과 감사함을 갖게 한다. 이 분들의 모습과 이들이 보여주신 삶은 우리들에게 늘 감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교회란 무슨 일을 하든지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으로 동참하게 하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감사를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아픔이 되고 상처가 된다면, 나의 감사는 나누는 감사가 될 수 없다.

성경을 보면 내가 거둔 추수의 결과들이 자기만 누리는 기쁨과 감사가 되지 않도록 말씀을 주셨다. 먼저 하나님께 감사하고, 자기의 감사를 추수할 수 없는 객과 고아와 과부, 가난한 사람과 레위인과 함께 즐거워하라고 했다. 교회가 지키는 절기들은 우리 교회만이 지키는 절기가 아니다. 우리가 지키는 절기에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정신을 담아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교회의 절기헌금 사용에 대해서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 많이 망설여지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단 한가지다. 많은 교회들이 이런 감사절을 지킨다면 한국교회는 역사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교회의 모든 절기헌금과 구역예배의 헌금은 목적헌금이다. 추수감사절 헌금은 전액 장학헌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역의 교육청으로부터 학생들을 추천받아 학교를 통해서 지급한다. 한 해의 감사를 모아서 다음세대에 전하는 것은, 우리의 감사를 다음세대에 심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한국교회의 모든 추수감사절 헌금이 장학금이 된다면 교회가 다음세대를 키우는 가장 놀라운 중심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맥추감사헌금은 농촌교회를 위해 사용한다. 한국교회가 모판인 농촌교회를 위해서 맥추감사헌금을 전액 사용한다면 연약해진 농촌교회들을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성탄헌금은 군선교를 위해 사용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섬길 수 있는 현장이 군대이기 때문이다.

구역헌금은 이웃을 위한 구제헌금이다. 안수집사회가 이 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구제를 위해서 세워진 직분이니, 이 헌금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이웃 가운데 병들거나 힘들었을 때 한 번쯤은 믿음의 유무와 상관없이 교회의 사랑을 경험했으면 하는 소원을 가져본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두가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다. 어찌 보면 강도 만난 것 같이 쓰러져 도움을 기다리는 상황일지 모른다. 제사장과 레위인처럼 종교적인 모습 속에 갇힌 교회가 아니라, 사마리아 사람처럼 지금 자기의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우리들이 드리는 감사가 누군가에게도 감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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