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믿음 목사(바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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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교단 총회를 앞두고 전광훈 씨의 이단 규정 여부를 주목하는 기사가 일반 언론들을 통해 심심찮게 보도되었다. 이단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길 꺼리는 언론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전광훈 씨의 이단 규정 여부는 그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광훈 씨의 이단 규정이 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상식. 그렇다. 전광훈 씨가 이단 혹은 이단 옹호자로 규정되는 것을 상식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나는 메시아 나라의 왕”, “하나님이 국가의 대사를 다 보여 주신다.” 이외의 수많은 이단적 발언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시절 정치적 신념이 같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규정된 인물들과 적극 교류하는 모습들. 

굳이 신학적 비판이라는 거창한(?) 연구 작업을 하지 않아도 전광훈 씨의 이단성은 누구나 명백하게 알 수 있었다. 또한 한국의 주요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는 지난 2월, “(전광훈 씨가)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신앙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단하며, 우려를 금치 못한다”라며 교계에 전광훈 씨를 경계할 것을 요청했다. 이단 규정을 ‘상식’이라고 표현했던 이유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광훈 씨의 이단 규정 여부를 결론 낸 교단은 아직 없다. 오히려 지지부진 혹은 유보라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예장합동은 임원회로 넘겨 논의하기로 했지만, 답보상태다. 예장고신은 “전 목사에 대한 연구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시간을 달라”라는 전광훈 씨 소속 교단(예장대신복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1년 간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고신은 2019년 제69회 총회에서 ‘한기총 이단 옹호 단체 규정 및 전광훈 대표회장 이단 옹호자 규정 청원’ 건을 이단대책위원회에 맡겨 1년간 연구 보고를 하기로 결의했다. 전광훈 씨에 대한 규정과 결의가 2년이나 미뤄지게 된 셈이다.

주요 교단의 이 같은 결정은 ‘자신들이 믿는 신을 모독한(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자도 제대로 치리하지 못했다’는 비웃음으로 돌아왔다. 전광훈 씨가 주축이 되어 만든 교단에서 전 씨를 연구하겠다는 이유가, 결의를 1년간 유보하는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소식은 아무런 공감도 지지도 받지 못했다. 

총대들에게 묻고 싶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나는 메시아 나라의 왕” 같은 발언이 1년을 들여서 연구할 내용인가? 전광훈 씨의 추종자들로 인해 가정이 깨어지고, 생업이 무너지는 사건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는가?

물론 전광훈 씨의 이단 규정이 그다지 큰 효과를 가져 오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전광훈 씨의 문제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다가, ‘이제 와서 웬 선 긋기?’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총대들은 최소한의 자정능력을 보였어야 했다. 정통 개신교는 전광훈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알렸어야 했다.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이제 세상은, 좁게는 전광훈 류의 개신교와 단절하려는 개신교인들은 교단을 어떻게 바라볼까? 진리가 가장 소중하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면서 왜 이단 문제에는 적극적이지 못할까? 이율배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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