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광식 목사(부총회장·총회코로나19대응본부장)
코로나19가 전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져 수많은 생명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일상생활, 경제활동, 종교활동, 국제교류가 위축되거나 멈춰버린 대혼란에 직면했다. 특별히 종교활동과 관련하여 한국교회는 각 교단 또는 범교단적으로 실효적인 대응매뉴얼을 내놓지 못해 예배와 일상적인 종교활동을 멈추는 신앙의 폐해를 가져왔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교회는 코로나19의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정부와 소통하는 범교단적인 창구일원화가 필요함을 제안한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각 교단의 교단장들이 함께 모여서 선제적 대응책을 모색했어야 했다. 교회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성도들의 건강 보호와 전염병으로부터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자율적 방역을 강화하고, 정부에 대해서는 예배를 제재하지 말고 방역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지원을 요청했어야 했다. 이러한 견해는 본 교단의 소강석 총회장이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각 교단이나 연합기관이 서로 책임을 회피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으로 겪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 대유행에 직면하면서 온라인예배가 신학적으로 옳고 그른 것인가를 논쟁부터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9월에 열린 각 교단의 총회에서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교단이 책임을 피하려고 교회 형편에 따라 방역대응책을 세우라고 위임해 버렸다.
만일 한국교회가 주저하지 않고 범교단적으로 발 빠르고, 선제적으로 대응을 했더라면 이 정도로 처참하게 예배가 멈추지는 않았을 것이다. 각 교단과 연합기관의 지침이나 매뉴얼 없이 개교회가 상황에 맞게 대응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교회마다 각기 소견에 따라 대응한 것이다. 게다가 몇몇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과 모 목사의 편향된 정치집회 때문에 한국교회가 바이러스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호도되기도 했다.
이처럼 바르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로 한국교회는 온전한 대면예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예배는 가장 존엄하고 숭고한 신앙 행위다. 예배 회복을 위해 교회는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로부터 공격받을 원인을 제공해서도 안 된다. 교회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만큼 이웃을 사랑하고, 모두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교회는 당면한 코로나19에 자율적 방역을 강화하면서, 예배를 방해받지 않고 신앙의 자유를 지켜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19처럼 앞으로 발생할 전염병에 대비해 ‘위기대응 매뉴얼’이 시급하다. 정부가 간섭하기 전에 자체 방역과 중단없는 예배를 위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범교단적인 위기대응 매뉴얼을 기반으로 정부와 소통하는 창구일원화가 절실하다.
우리의 신학정체성에 벗어나지 않으면서 모든 교단장이 함께 매뉴얼을 공유하고 정부와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는 회합이 필요하다. 금번 105회 총회는 교단 차원의 코로나19대응본부를 신설했고, 소강석 총회장께서 부총회장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코로나19대응본부 가동으로 우리 교단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면서도, 타교단과 연합하여 매뉴얼을 만들고,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일원화가 이뤄지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교단만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의 예배와 신앙을 지키는 명실상부한 장자교단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