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석 목사(전주 서부중앙교회)

노재석 목사(전주 서부중앙교회)
노재석 목사(전주 서부중앙교회)

지난 몇 개월 동안 교회와 목회자들이 보여준 행태 때문에 앞으로의 한국교회가 매우 걱정된다. 일부 극좌, 극우 편향 정치화된 기독교인들과 목회자들이 너무나 확연하게 그 성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탈북민 출신 태구민 씨(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정도로 대한민국은 확실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도 SNS에서는 일부 목사들이 우리나라가 공산주의로 가고 있다고 선동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 기독교인들이 일조하면서 기독교의 정치화가 더 뚜렷해졌고, 박근혜 탄핵과 구속으로 태극기 부대와 전광훈 씨가 등장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기독교는 어떤 특정 이념이나 정치사상에 의해서 규정되지 않고, 성경에 의해서 규정되는 종교다. 그리고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는 모든 인간이 구원받아야 할 죄인이고, 하나님 사랑의 대상으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빨갱이들도 구원 받아야 할 사람들이고, 사랑의 대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빨갱이만인가? 아니다. 자본주의자들도 구원받아야 할 죄인이다.

솔직해지자.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가 좌·우파 지지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나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이신 나라이며,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는 나라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으로 말미암아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된 나라이며, 거듭난 사람들의 나라이다. 그 나라는 인간의 힘이 아니라, 그분에 의해서 완성되는 나라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은 좌든 우든 세상 정치의 하부구조가 아니다. 세상 정치(통치자)를 세우신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이루어가는 청지기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서로를 정죄하고,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승리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드는 것은 헤롯당(친정부파)과 열심당(반정부파)이 추구하는 정치사상일 뿐, 예수 그리스도와는 상관없는 것이다. 오히려 예수님은 그들을 다 품으시고 십자가를 지셨으며, 결국 당신의 제자로 거듭나게 하셨다. 이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복음과 영혼 구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교회가 정치화된다면 그분이 애통해하실 것이다.

정치는 불가피하게 누군가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 그래서 정치는 사람을 동지와 적으로 나눌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독교는 그럴 수 없다. 내가 극단적인 진보(보수)가 되는 순간 더 이상 예수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와 아직 믿지 않는 구원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나와 정치적으로 같은 생각을 가졌다면 그가 불자든 무신론자든 형제이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면 기독교인이라도 원수처럼 바라보는 것이 주님이 원하는 것일까? 그것은 정치의 노예이고, 세상의 종이며, 그야말로 사탄의 종인 셈이다. 이것은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정치에 매몰된 기독교인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정치사상의 종이 될 것인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 것인가? 우리가 하나님 나라 백성이라면, 정치 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추구하고 드러냄으로써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정치화된 교회가 되어서 편 가르기를 할 것이 아니라, 원수까지도 사랑하라 하신 그분의 말씀을 따라서 우리를 어두움에서 건져내신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벧전 2:9)을 드러내야 한다. 

우리의 마음과 시선은 좌우가 아니라, 하늘을 향해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19로 실추된 한국교회가 회복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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