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역사적 제105회 총회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화상총회와 아울러 하루 만에 파회했다. 선거와 재판 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헌의안은 임원회에 위임되었다. 이제 임원회와 21개 상비부는 위임된 사항과 본연의 업무를 감당해야 한다. 임무는 막중하고, 상황은 위중하다. 미래학자 최윤식은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변화의 속도와 방향만이 급변하는 위기가 아니라, 땅이 흔들리고 과녁이 움직이고 있는 위기”라고 진단하였다. 예배의 제한과 주일학교의 황폐화, 사회적인 불신과 부정적인 인식 등은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엄중한 과제이고, 이런 상황 가운데 제105회기가 시작된 것이다.

신사임당의 아들이자 조선시대 대표적인 학자인 율곡 이이는 그의 책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국가경영을 창업(創業), 수성(守成), 경장(更張)의 세 단계로 보았다. 즉 세우고, 지키고, 고쳐서 넓히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말은 ‘경장’(更張)이 아닐까 싶다. 지키는 것에만 머문다면 수구보수로서 몰락할 것이다. 옛 것을 지키되, 고쳐 넓힘으로 변화하는 현실에 대처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안을 짚어보고 싶다.

첫째, 교단의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과 안목으로 일을 시작했으면 한다. 

짧은 임기 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일들이 다음 회기에서는 허무하게 뒤집히는 일들도 있었다. 제105회 총회는 미래발전과 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신설을 결의하였고, 총회장께서도 단기간의 업적이 아니라 교단 미래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초석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했다.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된다.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니라, 지금은 집단지성과 하나 된 공동체의 힘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할 때이다. 제105회기에 봉사하는 모든 임원과 위원들은 향후 5년 정도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일을 시작하고, 그 연계성은 미래준비와 교단발전을 위해 임무를 맡은 분들이 준비하였으면 한다.

둘째, 내실을 기하는 회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코로나19 상황은 가까운 연말조차 어떻게 될 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총회의 사업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위기는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 우리는 이 시간에 총회조직과 사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성찰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시행했던 사업과 조직을 본질적인 의미의 측면에서와 현실적인 상황의 측면에서 다시 평가하고, 새롭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인이 없는 공유지가 망가지는 ‘공유지의 비극’이 우리 총회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셋째, 공정과 정의를 기대한다. 

그 동안 총회 가운데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된 것은 이해충돌과 입장을 달리하는 사안들이 원인이었다. 어찌 보면, 그만큼 절실하고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나온 것이다. 그 해결에 있어서 공정과 정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어떤 사안에 미리 결론을 내리고, 형식적 절차로 총회의 재판과 행정을 이용하면, 그것은 수용하기 어려운 결론이 될 수밖에 없다. 특별히 교단의 정체성과 신학에 관한 문제는 공정과 정의를 잃어버리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제105회기의 힘찬 출발에 박수를 보내며, 아름다운 행보가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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