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목사(달서교회)
박창식 목사(달서교회)

제105회 총회의 대미를 장식한 <역사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면서 우리 교단의 역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작업의 목적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고난에 직면한 교회 앞에 신앙선배들의 헌신과 섬김의 발자취를 제시함으로 고난 극복의 의지를 새롭게 하자는 데 있었다. 하지만 교단의 역사를 다룬다는 것만으로 내외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여느 때에 볼 수 없었던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역사의 예민한 부분들을 다룬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교단의 역사연구가 그만큼 미진했다는 반증도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교단 역사연구에 대한 시급한 몇 가지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교단사(敎團史)의 문제이다. 부끄럽지만 그동안 우리 교단의 역사화 작업은 실로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총회백년사>를 위시한 몇몇 출판물이 있었지만 이것들은 교단의 역사적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한국교회 안에서 장자교단의 역사적 위치와 의의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하였다. 이번 <역사다큐멘터리>에 대한 전국교회의 뜨거운 반응들을 볼 때 지금이야말로 교단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지금이라도 교단사 연구에 대한 체계적인 시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둘째, 신학사(神學史)의 문제이다. 교단 역사에서 개혁주의 신학은 그 심장과도 같다. 그러므로 역사적 칼빈주의 신학이 우리 역사 안에 어떻게 정착되었으며, 교단 형성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뚜렷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구호만으로 그치는 개혁주의가 아니라 실제 그 신학의 원리들이 고난에 처한 교회에 어떤 역할을 했으며, 자유주의 신학의 거센 도전 앞에서 분열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어떻게 교회들을 지켜냈는 지에 대한 생생한 역사기술이 요구된다. 이렇게 되면 특히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신학 사조들에 대한 대응책도 역사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인물사(人物史)의 문제이다. 교단의 인물에 대한 연구 역시 아직 미답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심지어 군소교단조차 인물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교단에는 이렇다 할 연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어쩌면 역사 연구는 인물에 대한 연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물사 연구는 중요하다. 그만큼 정확한 사료에 근거하고 평가해야 하며 세심하고도 균형 잡힌 시각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교단사의 수많은 인물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넷째, 기관사(機關史)의 문제이다. 우리 교단 산하에는 많은 기관들이 있다. 이 기관들의 활동상은 교단 역사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이들에 대한 연구가 선행될 때 정치 중심의 역사에서 탈피할 수 있고, 역사의 다양성도 살아나게 될 것이다. 물론 기관들 자체로 역사서를 발간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기관들의 역사는 무시되고 사료들은 소실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교단은 기관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료 정리와 역사기술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단면이 아니라 입체이다.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할 때 그 실체가 드러나는 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105회 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교단 역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다. 특별히 ‘상훈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교단 세움에 공헌한 분들의 공적을 조사하고 그 후손들을 격려하고자 하는 계획은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하루 속히 세계교회사와 한국교회사에서 우리 교단의 역사적 위치와 의의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역사서가 발간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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