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민의식 조사...'전쟁 위협 없애기 위해' 실용적 이유 꼽아
북한 적대대상 인식 계속 늘어...한국교회 통일선교 전략 변화해야

국민 4명 중 1명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 북한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식 역시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통일을 향한 한국교회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통일의 이유 "같은 민족"→"전쟁 위협 해소"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10월 13일 발표한 ‘2020 한국인의 통일의식’ 조사 결과, 통일 필요성과 관련해 ‘매우’(20.9%)와 ‘약간’(31.9%)을 합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52.8%로 나타났다. 지난해(53.0%)와는 큰 차이가 없으나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던 2년 전(59.8%)에 비하면 7% 감소한 수치다. 통일이 ‘별로’(19.8%) 또는 ‘전혀’(4.9%) 필요 없다고 응답한 비중은 24.7%였다. 2018년 16.1%, 2019년 20.5%에 이어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젊은 층에서 이 비중은 각각 35.3%(20대)와 30.8%(30대)로 심화됐다. 김범수 교수(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2019년 10월 스톡홀름에서의 북미협상 결렬과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감이 사라짐에 따라 더욱 신중해진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통일의 이유로는 전통적으로 가장 큰 지지를 받아오던 민족적 당위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줄어드는 대신 안보 문제 해결 등 실용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37.3%였는데,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 57.9%에 비하면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반면 ‘남북한 간 전쟁위협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비중은 같은 기간 14.5%에서 37.9%로 두 배 이상 증가해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처음으로 통일의 이유 중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통일의 이유로 안보 문제 해결을 가장 많이 꼽은 만큼, 국민들은 통일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안보와 관련한 ‘북한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해소’ 등을 지적했다.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 北 부정적 인식 증가

그렇다면 안보 위협의 대상인 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북한을 ‘협력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8.2%로 국민 절반 이상이 동의했던 최근 2년 사이 결과(2018년 54.6%, 2019년 54.0%)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거꾸로 북한을 ‘적대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2018년 이후 10.3%→10.8%→14.8%로 계속 늘고 있다. 올해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인민군 무력시위 가능성을 예고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 북한의 행위와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바로 북한정권과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지를 묻는 ‘북한정권신뢰도’의 급감(51.6%→33.7%)으로 이어졌고, “최근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기록적으로 신뢰가 상승했던 2018년 77.3%와 비교해 절반 수준인 39.3%로 큰 폭으로 감소해 국민들의 실망감이 표출됐다. 그 결과 두 답변 비율 모두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전 평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김병로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는 “남북관계 경색 지속 국면과 평화형성 이완기에 나타나는 피로감 및 학습효과 작용으로 앞으로도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는 한 북한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설문 이후 발생한 북한에 의한 남한 공무원 피살 사건 등으로 대북 부정여론이 더 높아져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교회 통일운동 변화해야…중재자 역할 필요”

남북경색 국면에 국민들의 통일·대북 인식조차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를 마주한 한국교회의 통일 선교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민족적 당위론을 앞세워 통일을 추구했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점차 안보와 경제라는 현실적·실용적 요인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기독교 통일 싱크 탱크인 한반도평화연구원 부원장이기도 한 김병로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통일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데 대해 “바탕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접근해가는 변화의 필요성을 조언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교회도 당위적인 이웃 사랑의 종교적 가치만 너무 앞세운 경향이 있다”며 “안보 위기 극복과 경제적인 상호 이익 창출을 거쳐 결국 민족이 공동 번영하는 방향으로 가는 만큼 민족적 당위가 후순위라는 게 아니라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독교인들은 같은 동포로서 형제애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품고 궁극적으로 강조할 때를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에 대한 의식과 태도가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한국교회가 중재자의 역할을 감당하며 남북 간, 국민 간 소통을 증진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서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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