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석 교수(총신대 신대원 구약학)

김희석 교수(총신대 신대원 구약학)
김희석 교수(총신대 신대원 구약학)

우리는 종교개혁 503주년을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맞이한다. 목양의 현장과 사회적 삶의 현장에서 모두가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미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도 코로나19의 영향 가운데 살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위드코로나(with-covid) 시대에 우리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종교개혁의 정신 속에 생명의 길과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정신이라 할 때 많은 것이 언급될 수 있겠지만, 위드코로나 시대에 꼭 필요한 내용이 바로 ‘근원으로 돌아가는’(Ad Fontes) 사상일 것이다. 성경 원전을 살핌을 통해 말씀의 본질로 돌아가려했던 종교개혁사상이 우리의 시대에도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이 가르치는 참된 근원,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그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성경이 가르치는 진리는 오직 ‘삼위일체 하나님’께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성경기자들, 그중에서도 선지자들은 “하나님께로 돌아오라”고 계속 외쳤는데, 하나님께 돌아오면 용서받게 된다는 약속의 궁극적 근거는 인간의 회개 그 자체에 있지 않았다. 오직 하나님께서 인자하시고 자비하신 분이시기에 그분께 돌아오는 자들을 용서해주신다는 하나님의 성품에 근거했을 뿐이었다.

‘돌아가다’의 히브리 원어인 ‘슈브’를 연구해보면, 우리는 새언약적인 메시지인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돌아오셨으므로 우리도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구약 선지서에 나타난 예언들과 신약성경에서 예언들이 성취된 모습에서도 동일하게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오신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성부께서 성육신 사건을 통해서 성자를 우리에게 보내셨고, 부활하신 성자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다. 우리가 먼저 하나님을 찾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찾으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은혜를 얻은 우리는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 은혜를 받은 자가 생명을 얻게 되고 하나님께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성경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근원은 우리를 먼저 찾아오신 하나님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증거하고 있다.

우리의 목양현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예배, 경건, 양육, 전도와 선교, 구제와 봉사, 교제 등 사실상 대부분의 사역이 힘을 잃었고, 비대면 방식으로 겨우 버텨 왔다. 아직 대면방식 모임이 전면적으로 재개되지 않았기에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하겠으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2021년의 목회계획과 방향성을 세우는 일도 쉽지 않다. 여러 계획과 시도가 필요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이럴 때, 자칫 코로나19 상황에 함몰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대상은 코로나19 이전의 시대가 아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어떤 실천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오직 ‘우리를 먼저 찾아오시는 하나님’이시다. 종교개혁 정신이 가르쳐주듯이 성경으로 돌아가고, 본질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성경, 그 본질의 주인이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언제나 그러하셨듯이, 코로나19 상황을 통해서도 교회를 찾아오셨다. 위드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원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하거나, 코로나에 적응하는 것이 아닌, ‘위드-하나님’, 즉 우리를 찾아오신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분과 동행하려는 노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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