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 대응은 신뢰하나 대북정책은 비판 … 온라인 예배 만족도 높아져

2020 주요 사회 현안, 개신교인 인식조사 통계

한국교회 성도들의 정치적 성향은 중도-진보-보수 순으로 많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위기와 북핵 문제에 가장 큰 위협을 느끼지만 여기에 대한 정부 대응과 정책 평가는 엇갈렸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점차 현장 예배에 대한 간절함이 줄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응이 요구된다.

기독교인 정치성향 중도>진보>보수 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하 기사연) 등이 진행한 ‘2020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에서 기독교인의 39.8%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진보’라고 답변한 비율은 31.4%였고 ‘보수’에 응답한 비율이 28.8%였다. 2019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볼 때 보수의 비율이 지난해(21.4%)에 비해 7%p 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중도 비율(46.6%)에서 빠진 비율(6.8%p)이 보수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통계를 분석한 이상철 교수(한신대 겸임)는 보수응답자의 증가 원인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안정을 희구하는 보수 성향을 유발시켰다고 볼 수 있다”며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확장됐고 그에 따른 집단주의, 권위주의, 순응주의적인 보수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고 추측했다.

정치성향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40대에서는 진보(40.4%)가 보수(21.5%)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높게 나온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보수(43.0%)가 진보(21.3%)의 두 배에 가까웠다. 눈에 띄는 것은 20대의 보수화 경향이다. 2019년 중도 47.5%, 진보 39.8%, 보수 12.7%의 응답 비율을 나타낸 20대의 정치성향은 올해 조사에서 중도 49.1%, 진보 28.6%, 보수 22.3%로 변화했다. 진보에서 급격히 감소한 비율(11.2%p)만큼 보수의 비율은 급증(9.6%)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와 그에 따른 취업과 알바시장의 붕괴가 피부로 다가왔을 것이고, 정부의 잇단 부동산 정책은 오르는 집값을 잡기는커녕 더욱 부추기는 현상을 불러왔다”며 청년들의 좌절과 실망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여기에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고위공직자 자녀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정에 대한 불신이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계기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연령 외에도 신앙의 정도가 깊어질수록(입문층 21.6%, 인지층 28.2%, 친밀층 31.3%, 중심층 36.0%) 보수적 성향을 보였으며, 남성이(32.6%) 여성(25.8%)보다 더 보수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코로나 대응 ‘신뢰’, 대북 정책 ‘잘못’
그렇다면 정부에 대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이번 조사에서는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큰 이슈라고 할 수 있는 ‘코로나19 위기’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정부 신뢰도와 정책 평가를 진행했다. 먼저 기독교인 대다수(87.9%)는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으며,  감염 위험성에 대해서도 ‘조금 걱정된다’는 응답이 73.5%, ‘상당히 두려워한다’가 18.7%로 상당수가 염려를 갖고 있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심각성과 감염 우려가 높은 수치로 나타났지만, 기독교인들은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처 능력을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관련 현 정부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73.7%(매우 신뢰 30.2%, 약간 신뢰 43.5%)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률 22.7%(전혀 신뢰 않음 6.5%. 별로 신뢰 않음 16.2%)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인 북한에 대한 기독교인의 인식도 흥미롭다. 기독교인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북한 비핵화’(31.7%)를 꼽았다. 비슷한 부류 답변인 ‘군사적 긴장 해소’(14.6%)를 합하면 절반에 육박(46.3%)하는데, 분석을 맡은 김상덕 박사(기사연 연구실장)는 “기독교인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막는 문제가 주로 북한에 있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이자 북한을 평화의 위협요소로 여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개방과 개혁’(11.8%), ‘남북한 경제 협력’(7.8%), ‘남북한 사회문화 교류’(5.5%) 등 군사 외적인 문제는 10% 내외의 낮은 수치를 보여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안보의 개념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평화협정 체결’ 역시 8.9%라는 낮은 지지를 얻었는데, 이것은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기독교인 두 사람 중 한 사람(46.4%)은 현 정부의 통일 및 대북 관련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매우 잘못 21.0%, 약간 잘못 25.4%)고 평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 33.7%(매우 잘 7.2%, 약간 잘 26.5%)보다 많았다. 김 박사는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결렬된 북핵문제 해결 및 평화회담 중단 등의 정치적 상황도 있겠지만, 현 정부에 걸었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했다.

현장 열망 ‘줄고’, 온라인 만족도 ‘늘고’
코로나19 이후 신앙 지형 변화를 파악함으로써 한국교회가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해볼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도 도출됐다. 코로나 정국에서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등이 실시한 ‘코로나 19로 인한 한국 교회 영향도 조사’와 동일한 질문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대면 예배 중단 초기였던 당시 상황과 비교해 비대면 예배가 장기화된 현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은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 우선 현장 예배를 드리지 못한 데 따른 느낌과 온라인 예배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점차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에 대한 열망은 줄고 비대면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지고 있는 경향이 나타났다. ‘교회를 가지 못하는 아쉬움’(54.3%→32.1%)이나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에 대한 소중함’(82.0%→73.6%)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예배가 ‘현장 예배보다 오히려 더 좋았다’는 응답이 눈에 띄게 증가(9.3%→14.5%)한 데서 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예배 형태 예상’ 질문<표 1참조>에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리겠다는 응답자는 3월(85.2%)에 비해 10% 가량 줄어들었지만,(75.6%) 현장 예배가 전면 허용된다 해도 온라인 예배를 드리겠다는 비율은 12.5%에서 16.7%로 증가했다. 아예 교회에 잘 안 가게 될 것 같다는 답변 역시 1.6%에서 5.7%로 늘었다. 두 통계 모두 코로나19의 상황이 계속 진행돼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시기가 길어질수록 더욱 큰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설문을 진행한 이민형 박사(기사연 책임연구원)는 “코로나19 상황의 종식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작금의 변화가 장기적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그 어느 때보다 한국교회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교인들이 신앙생활을 이어가며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0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는 기사연과 크리스챤아카데미, 기독교사상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설문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 21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기독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 방식을 취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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