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전도 여정 따라가며 터키와 그리스 성지 이야기 담아

<바울과 함께 걸었네> (함신주/아르카)

모든 일상이 멈추며 답답함 속에서 살아가는 이때, “이 책을 통해 코로나19의 시기를 견딜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책이 있다. 세계 여행의 문도 닫혀 갈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바울과 함께 걷는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다”는 <바울과 함께 걸었네>가 그것이다.

‘책으로 가보는 초대교회 성지여행’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사도행전의 바울 선교지와 계시록의 일곱 교회를 방문한 저자의 성지순례 여행기다. 역사신학을 전공한 함신주 목사(창동염광교회)가 지난해 5월 약 2주간 터키와 그리스를 탐방한 뒤 개인 블로그에 남긴 체험수기를 한 권으로 모았다. 여행기를 바탕으로 전공자답게 각 장소에 대한 성경의 배경과 교회사를 이해하고 여기에 인문 고전의 상상력과 말씀 묵상까지 더한 다양한 내용이 흥미롭다.

책의 무대가 된 터키와 그리스는 사도 바울이 전도 여행을 다녔던 지역이다. 초대교회 사도 이후 등장한 교부들의 중심 무대요 동방 교회의 뿌리가 된 콘스탄티노플, 즉 지금의 이스탄불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교회사에서 의미 있는 터키의 초대교회 흔적들을 소개한다. 이후 그리스로 넘어간 저자는 고대 유적과 사도 바울의 행적을 안내하며 독자들이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한 신약성경의 배경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요한계시록에 언급된 교회들이 칭찬 혹은 경고를 듣게 된 연유도 함께 설명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컬러 사진으로 모든 장소와 현지의 풍경을 소개함으로써 시각적 효과도 높였다. 성경을 배경 지식 없이, 현지의 지리와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 읽어 잘 받아들이지 못하던 이들에게 수업 자료로서 손색없다.

한편 책에서는 이처럼 각 현장의 역사와 교회사적 의미를 설명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대목에 해당되는 성경 해석 그리고 영성 묵상으로 연결한다. 장소마다 신앙에 깊이를 더하고 영적 변화를 일으킬 말씀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을 단순히 여행 에세이 정도로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역사신학을 전공한 저자 함신주 목사는 각 성지에 대한 성경의 배경 설명과 더불어 삶의 묵상을 전한다.
역사신학을 전공한 저자 함신주 목사는 각 성지에 대한 성경의 배경 설명과 더불어 삶의 묵상을 전한다.

“30분 정도 내려가니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데린쿠유의 가장 깊은 곳에 예배당이 있는 것이다. 이 예배당으로 오려면 좁은 통로를 한참 지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평소 예배당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넓은 도로를 달리거나 탁 트인 길을 걸어간다. 그렇게 편하게 교회에 가서는, 자리에 앉아서 조는 둥 마는 둥 찬송가를 부르고 말씀을 듣고 헌금하고 축도를 받으면 그것으로 예배 잘 드린 것이라고 만족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예배는 사실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죽어야 살고 부활한다.”(74쪽)

저자는 또한 사도 바울이 강론을 펼쳤던 아레오파고스의 비마 터에 직접 서서 당시 사람들을 마주하며 느꼈을 바울의 감정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거울에 비추듯 내 삶을 고스란히 비춰볼 수 있었다”며 “그가 느꼈을 회한과 두려움, 경솔함과 가벼움, 때로는 낙심마저 느꼈으나 결국 기쁨과 믿음을 경험했다. 하나님의 분명한 뜻과 능력도 마주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 책의 끝에서 성지순례를 마친 저자는 사도 바울의 삶과 소망을 그대로 이어받아 삶의 처소로 되돌아가 그곳에서 철저히 예배드리는 삶을 붙들며 선한 싸움을 치열하게 싸울 것을 결단한다.

저자 함신주 목사는 “바울과 그의 전도팀의 열정이 그대로 녹아든 땅을 직접 밟음으로써 잊어버린 하나님나라를 기억하고 잃어버린 정체성을 회복했다”는 소감과 더불어 “성지순례는 우리 신앙의 뿌리와 현재를 보게 해준다. 지금은 팬데믹으로 성지순례를 떠날 수는 없겠지만 책으로나마 그 숨결을 느끼며 사명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시간을 마주해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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