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낙태 전 상담제도 필요하다
[시론] 낙태 전 상담제도 필요하다
홍순철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
  • 기독신문
  • 승인 2020.10.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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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

산부인과 진료실로 부부가 상담을 위해 찾아왔다. 첫째 아기가 임신 중 복벽결손증(gastroschisis)으로 진단되어 타 병원 진찰받던 중, 고려대병원에서 응급 제왕절개를 위해 오신 분이었다. 첫째 아이는 배 밖으로 복벽결손부위를 통해 밀려나온 장을 제왕절개 직후, 소아외과의 도움으로 잘 치료받았던 분이다. 둘째 임신 기간에 산전진찰도 도와드렸던 분이다. 이 부부의 상담은, 예상 못한 셋째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엄마는 임신 유지를 원하고, 아빠는 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권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되냐는 질문에 ‘임신 유지와 출산’을 권유하였다. 이 막내 아들은, 현재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자녀 하나이다.

두 번째 예는, 임산부가 뇌종양으로 수술 후 임신 10주에 방문하였다. 뇌종양이 재발되어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니 아기를 유산시켜 달라는 신경외과 전문의 의견이 있었고, 환자분도 심정적으로 인정하고 온 상태였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임산부 머리에 시행하는 방사선 치료는 상대적으로 자궁 내의 아기를 납 치마로 잘 가리면 태아를 보호하면서 임신을 유지할 수 있다. 태아를 보호하며 방사선 치료를 권유했고, 지금 그 아기는 건강하다. 물론 엄마도 5000rad에 해당하는 방사선치료를 잘 마쳤다.

첫째 예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의학적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그 외에도 고위험임신 클리닉에는 상담을 통해 어렵게 임신을 유지해서 엄마와 아기의 건강을 지킨 예가 많다. 의료진의 상담과 임산부/가족의 협조 그리고 국가의 지원(의료비 지원 등)이 함께 한 명의 건강한 생명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맞이하게 된다. 그 과정에는 엄마의 눈물이 있고, 가족의 노력이 있으며, 의료진의 세심한 협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엄마의 눈물은 건강한 자녀를 만난다는 감동의 눈물이고, 우리가 직접 쓰는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인 스토리다.

정부는 임신 14주 이내 모든 낙태가 본인 요청에 의해 가능하게끔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또한 사회경제적 사유로 임신 24주까지 낙태가 가능한 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있다. 통계상 낙태의 95%가 임신 12주 이내에 이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이다. 또한 임신 24주 아기의 생존율이 55%인 것을 고려하면 임신 20주 이후의 모든 낙태는 살인에 다름 아니다.

우리 모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사회경제적 사유로 둘째, 셋째 아기를 잘 키울수 있을까? 약물을 복용했는데, 아기가 태아기형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닌가? 임산부 건강 문제가 있는데, 임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 물음을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낙태법 입법 내용에 고위험 임산부 전문의료진의 상담을 필수로 하는 과정을 입법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전문가적 상담과 태아의 위험도에 대한 객관적인 상담 및 긍정적인 상담은 기본 요소이다.

임산부의 불안감이 현실이 될 확률은 극히 낮다. 예를 들어, 임신 중 약물을 복용한 여성의 98% 아기는 정상이었으며, 이 확률은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임산부와 비교하여도 차이가 없다. 또한 태아기형의 95% 이상은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아기가 심장기형, 안면기형이 있더라도 완치될 확률이 90%가 넘는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라도, 한 명의 아기라도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는 환경과 법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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