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목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회 실행이사)

김정태 목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회 실행이사)
김정태 목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회 실행이사)

올해는 주요 교단들이 온라인으로 총회를 열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교단들마다 진행에 애를 먹었다. 각 지역에 흩어져 화면을 보고 있던 탓에 토론도 원활하지 못했고, 가부를 묻는 찬성 반대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 탓에 처리하지 못한 안건들도 많고, 물 밑에 감추어졌던 개혁의 과제들도 드러났다. 온라인 총회가 남긴 과제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각 교단들은 온라인 총회로 인해 후퇴해버린 민주주의를 회복시켜야 한다. 온라인 회의를 핑계 삼아 임원들은 불편한 주제들을 모두 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최종 의결기구인 교단 총회는 무시되었고, 모든 권한이 소수의 임원과 부원들에게로 넘어갔다. 앞으로 총회는 이 권한을 총대들에게 어떻게 다시 되돌려줄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둘째, 총회는 사회가 주목하는 중요 안건들을 즉시 다루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각 교단들이 전광훈 씨와 추종자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분노하며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총회들은 사회적 관심을 외면하고 의도적으로 그 안건을 빼거나, 결정을 일 년 유예하는 식으로 회피하였다. 성범죄로 문제가 된 전모 목사 때와 똑같이 제 식구 감싸기 하듯 피해갔다. 통합 총회는 명성교회의 세습을 합법화한 지난 수습안을 철회해 달라는 노회들의 헌의를 아예 묵살해버렸다. 교단을 초월하여 벌어지는 이런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모습 때문에 현장에서는 차라리 총회가 없는 것이 교회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셋째, 총회는 교단내부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과감히 스스로를 개혁해야 한다. 무엇보다 총대들의 인적구성을 바꾸어야 한다. 50~60대 이상의 남성, 조직교회의 목사와 장로들이 압도적인 구성으로는 교단 교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낼 수가 없다. 그러니 코로나로 드러난 심각한 기후 위기 같은 중요한 사회적 담론은 아예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생명을 구원하는 종교가 생명의 멸종을 방관하는 데도 총회는 별 관심이 없다. 이제라도 총회는 종교개혁의 후예답게 교회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대의정치를 만들기 바란다.

넷째, 합동 총회는 여성안수에 대한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여성들의 목소리는 합동 교단에서 합법적으로 삭제되어 있다. 여성 안수문제가 성경에 직접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회는 제대로 된 토론조차 거부했다. 성경에 직접 언급되지 않는 것이 여성안수 뿐이 아닌데 유독 여성안수만은 강하게 거부한다. 비슷한 신학적 경향을 가진 다른 교단들이 여성에게도 안수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합동교단의 문제는 성경 해석의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변화를 거부하는 문제로 읽힌다. 제대로 된 연구와 논의가 꼭 필요하다.

다섯째, 총회는 불필요한 의전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해 안건을 처리하기 힘들다 하고서도 총회임원 선출과 이취임식만큼은 예년처럼 모든 순서 갖춰서 길게 치렀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총회 임원들은 자신들이 총회 자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제라도 불필요한 의전을 없애고 본질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총회는 스스로를 교단의 이익을 지키는 단체라고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 교회가 예수님처럼 자기를 비워 세상을 섬기는 곳이라면, 총회야말로 겸손하게 세상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데 진력해야 한다. 그러나 교단들은 정치적 표를 무기삼아 사회를 압박하여 교회에 필요한 것들을 얻는 것에 몰두해왔다. 그것보다는 예수님의 십자가처럼 교단 총회가 자기를 축소해가며 세상을 낮은 자리에서 섬길 때 십자가의 복음이 더욱 선명히 드러날 것이다.

부디 각 총회들이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를 기회삼아 교회를 개혁하고 미래 선교의 문을 활짝 열어 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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