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주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이헌주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이헌주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신뢰 없음’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사회에 속에서 보인 한국교회의 이기주의적 태도가 가져다준 결과다.

불안한 경제·정치적 현실을 마주한 가운데 불어닥친 바이러스의 창궐은 모든 시민의 일상과 관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말았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은 공동체적 결속력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고립감을 무한히 증폭시켰다.

이런 위기가 심화하는 기폭의 과정에 한국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이로써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는 급격히 떨어졌고, 단순한 배타적 감정을 넘어선 혐오의 언어가 등장하고 있으며, 교인들의 이탈도 부쩍 늘어났다.

프랜시스 프레이(Frances X. Frei)교수는 ‘신뢰의 형성과 재형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신뢰의 세 가지 구성요소를 ‘공감’, ‘논리’, ‘진정성’으로 말한다. 그러면서 이 구성요소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신뢰에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이를 토대로 한다면 지금의 한국교회는 시민사회와 공감하지 못하는 정서, 무논리의 편협한 주장, 그리고 진정성 없는 태도로 인한 신뢰의 추락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코로나19 종교 영향도 및 일반 국민의 기독교(개신교) 인식조사’ 결과 보고는 한국교회의 위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사회적 정당성을 잃은 교회의 내일이 분명한 지금, 아직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교회는 동시대와 지역사회의 현실 속에서 존재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하여 ‘타자를 위한 교회’를 지향하고 ‘타자와 함께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개교회를 중심으로 나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과는 공감하지 않고 자기 교회만을 절대적으로 생각해 다른 사람들과 싸우려고만 한다면 교회의 미래는 더욱 암담할 수밖에 없다. 자기 생각만을 절대시하여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교차하는 타자와의 공감을 외면한다면 추락하는 한국교회를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교회는 목사와 소수의 리더십이 가진 권위·권한·권력을 분산하는 민주적인 구조로 전환하고, 성도 개개인도 스스로 사회적 영성을 성숙하게 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깊은 공동체성을 위한 언어적 및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로써 교회 스스로 자정하고 회복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지속성이다. 변화와 개혁은 구호나 단회적인 이벤트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변화를 통한 신뢰의 회복도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뢰는 단기간에 무너질 수는 있으나 단기간에 회복할 수 없다. 신뢰의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의 변화와 개혁은 지속성을 가지고 계속되어야 한다.

시민사회가 혐오의 글을 멈추고, 배타의 태도를 그치며, 다시 하나님나라 복음을 경청하고 십자가의 은혜를 기대하는 날에 이르기까지 그 노력을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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