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그리스도가 제정한 신약의 성례는 끝까지 계속된다

1. 세례의 제정

세례는 수세자의 가시적 교회로의 엄숙한 가입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에게 은혜언약, 자신의 그리스도에로의 접붙임, 중생, 죄사함,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삶이 새로움 가운데 행하고자 자기 자신을 하나님께 바침의 표징과 인호가 되도록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제정된 신약의 성례이다. 이 성례는 그리스도 자신의 지정에 의해 세상 끝까지 그의 교회 안에서 계속될 것이다.”(28.1)

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세례는 그리스도가 직접 제정하신 신약의 성례로서 그의 권세로 세상 끝까지 교회 안에서 계속될 것이다. 부활하신 주님은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이를 제정하셨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28:18~20).

세례는 구원론적으로는 옛 사람이 죽고 새 사람이 사는 중생(重生)을, 교회론적으로는 교회의 지체가 되는 입교(入敎)를 제시하는바, 하나님의 자녀와 교인으로서 거듭남을 의미한다(행 2:41). 세례가 표하는 은혜는 그리스도의 영을 받아 그리스도의 것이 되고(행 2:33, 10:47, 롬 8:9, 갈 3:29), 그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과 합하여 그와 함께 죽고 그와 함께 살아남과 일으킴과 하늘에 앉힘을 받으며(롬 6:3~5, 엡 2:5~6, 골 2:12), 참 빛이신 그로 옷 입어 빛의 자녀가 되며(요 1:9, 갈 3:27, 엡 5:8), 임마누엘이신 그가 항상 함께 계심으로 그가 분부한 모든 것을 배우고 지키며 행하는 삶을 살게 되는(마 1:23, 28:20, 롬 6:4) 신분을 법정적으로 단번에 인침 받음에 있다.

2. 세례의 요소와 거행

이 성례에 사용되는 외적 요소는 물이다. 그것으로써 그 대상자는 거기에 합법적으로 부름을 받은 복음의 사역자에 의해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야 한다. 그 사람을 물 속으로 잠그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 세례는 물을 그 사람 위에 붓는 것이나 뿌리는 것으로 올바르게 거행된다. 세례의 성례는 동일한 인물에게 오직 한번만 거행되어야 한다.(28.2~3, 7)

세례는 언약 백성의 구원의 은혜를 표한다. 구약의 할례는 아브라함이 무할례시에 믿음으로 된 의를 인친 ‘언약의 표징’으로서(창 17:9~11, 롬 4:11) 신약시대 세례의 예표가 된다. 그리하여 세례를 ‘그리스도의 할례’라고 칭한다. 이는 ‘손으로 하지 아니한 할례’로서 ‘육의 몸을 벗는 것’이다(골 2:11).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으로서(롬 4:3, 11), 그리스도를 믿는 자마다 ‘그리스도의 것’으로서 ‘아브라함의 자손이며 약속대로 유업을 이를 자’이다(갈 3:29). 표면적 육신의 할례가 할례가 아니며, 할례는 마음에 해야 하고 율법 조문이 아니라 영에 있다(롬 2:28~29, 신 10:16). 하나님은 언약의 백성과 그 자손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시는바(신 30:6), 이는 할례 언약의 실체이신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에 이르는 은혜가 대를 잇는 유업이 됨을 뜻한다(갈 3:18, 29, 4:7).

노아(창 9:9~17), 아브라함(창 12:1~3, 17:7), 모세(출 29:5, 신 29:10~13), 다윗(삼하 7:14~16)과 맺은 언약과 오순절 성령 강림의 때에 한 베드로의 설교에서(행 2:38~39) 보듯이, 하나님은 자기 백성과 언약을 맺으시면서 언제나 그 은혜를 그 자녀와 후손에게 미치게 하신다. 구약의 할례는 아브라함과 그 후손 모두에게 명령되었고, 신약의 세례는 모든 열방에 흩어진 하나님의 백성과 그 자녀들을 위하여 제정되었다. 주님은 세례를 제정하시면서 ‘세상 끝날까지’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는 사명을 함께 부여하셨다(마 28:19~20).

주님은 어린 아이들이 오는 것을 막지 않으시고 그들을 안고 안수하시고 축복하시면서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고 하셨다(막 10:13~16). 사도들은 믿는 자들과 그 자녀들에게 함께 세례를 주었고, 교회의 성도들에게 편지하면서 그들의 자녀들을 교회의 지체들로 여기고 권면하였다(엡 1:1, 6:1~3, 골 1:1~2, 3:20). 루디아와 그 집 전부(행 16:15), 간수와 온 가족(행 16:33), 회당장 그리스보와 온 집안이 세례를 받았다(행 18:8). 부부 중 어느 한 편이 믿으면 그 한 편으로 인하여 다른 편이 거룩하게 되어 자녀가 깨끗하게 된다고 전하는 바(고전 7:14), 그 어느 한 편이 믿을 때 언약의 계대를 좇아 그 자녀들은 세례를 받게 된다.

4. 세례의 효과

이 규례를 경멸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이 큰 죄이기는 하지만, 은혜와 구원이 분리될 수 없을 만큼 그것에 병합되어 있어서 그것 없이는 아무도 중생되거나 구원받을 수 없다거나, 세례를 받는 모든 자가 의심할 여지없이 중생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세례의 효과는 거행된 순간의 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규례를 올바로 사용함으로써 약속된 은혜가 제공될 뿐만 아니라 성령에 의해서 하나님 자신의 뜻의 계획에 따라 지정된 그의 때에 그 은혜가 속한 자들에게 (성년이든 유아든 간에) 성령에 의해 실제적으로 제시되고 부여된다.(28.5~6)

로마가톨릭주의자들을 위시한 성례주의자들은 세례가 없이는 거듭남이 없다며 ‘세례적 중생’(baptismal regeneration)을 입에 담지만, 세례는 거듭남의 은혜를 표할 뿐, 세례로 거듭나는 것은 아니다. 세례의 표징인 물의 씻음은 ‘중생의 씻음과 성령의 새롭게 하심’(딛 3:5)을 제시할 뿐, 그 자체에 회개와 죄 사함(막 1:4, 행 2:38, 22:16)의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세례가 표하는 은혜는 오직 보혜사 성령의 임재에 따른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로 말미암기 때문이다.

주님이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신 물과 성령으로 거듭남은(요 3:5), 물의 역사와 성령의 역사가 함께 있어야 함이 아니라 물이 성령의 거듭나게 하심을 표함을 뜻한다. 오순절 성령 강림의 때에 베드로가 선포한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성령의 선물을 받으리니”라는 말씀은(행 2:38) 세례가 성령의 선물로 주어지는 회개와 죄 사함의 은혜를 표한다는 것을 뜻할 뿐, 회개-세례-죄사함-성령강림이 순차적으로 일어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행 8:37, 10:47).

세례는 구원의 은혜를 표하는 것이며, 그 은혜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믿음으로, 곧 복음의 역사로 말미암는다(롬 1:16~17, 10:17). 하나님이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셨다(약 1:18). 우리가 거듭난 것은 썩지 아니할 씨인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었다(벧전 1:23). 세례의 표징인 물이 제시하는 그리스도의 은혜는 말씀을 믿음으로 역사한다. 그리하여 성경은 그리스도가 자신을 주셔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사 거룩하게 하시고”라고 전한다(엡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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