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엎드려서 미래를 본다”
[시론] “엎드려서 미래를 본다”
장동민 교수(백석대, 역사신학)
  • 기독신문
  • 승인 2020.09.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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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 교수(백석대, 역사신학)
장동민 교수(백석대, 역사신학)

끝의 시작이다. 언제 바닥에 도달할지 모를 한국 기독교의 추락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앞으로 닥칠 일들이 예상된다. 첫째, 전 아무개 목사와 그를 추종하는 극우세력을 끊어내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전 목사는 개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현상이고, 그 영향력은 동심원을 그리며 한국교회 내에 편만하다. 9월의 교단 총회에서 그를 손절(損折)해야 한다는 헌의가 빗발치겠지만, 고성과 밀실회의가 오가다 적당한 미봉책이 채택될 것이다.

둘째,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교세가 급격히 줄어들 텐데, 이 과정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 작은 교회의 목회자나 선교사들 뿐 아니라 교단, 교회연합기구, 신학교, 학교, 복지기관, 출판사, 방송사 등 각종 기독교 단체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각자도생, 이전투구 하다가, 어느 날 문득 형해만 남은 한국교회를 보게 될 것이다.

셋째, 당분간 기독교 혐오의 시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금 기독교인들은 비과학적인 음모론을 퍼뜨리거나 속아 넘어가는 완미(頑迷)한 수구세력 취급을 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이 격상됨으로 직장을 잃거나 사업을 접어야 하는 사람들, 행여 가족의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기독교는 증오의 대상이다. 대면 예배를 드리지 못함으로 존립의 위기에 처한 교회로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우린 그런 집단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할수록 혐오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기독교 혐오 시대를 사는 성도들이 읽어야 하는 성경이 있다. 바로 예레미야 애가(哀歌)다. 하나님의 심판으로 다윗 왕조가 무너지고 백성들은 바벨론 포로로 끌려갔다. 성전도 무너져 폐허가 되었고, 언약궤는 온데간데없고, 성전에서 제사 지내고 노래하던 사람들도 끌려갔다. 그들이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이방인이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종일 내게 하는 말이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뇨 하오니, 내 눈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시 42:3)

예레미야 애가의 정수는 “그대의 입을 땅의 티끌에 댈지어다. 혹시 소망이 있을지로다”(3:29)라는 말씀이다. 예레미야는 자신과 이스라엘 백성들이 땅에 엎드러져서 티끌을 먹는 것 같은 저주와 수치를 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영광의 때가 아니고 수치의 때다. 이 모든 저주와 수모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이니 억지로 이를 피하려 하면 안 된다. 수치를 당하는 사람은 구차하게 변명하거나 떠들거나 미래를 위한 섣부른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때에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일어나시기를 잠잠히 기다릴 뿐이다.

엎드려서 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자기를 돌아보며 회개하는 것이다. 어떻게해서 한국교회의 영광이 변하여 부끄러움이 되었나? 잃어버린 통회를 회복해야 한다. 슬픈 노래를 지어 불러야 한다. 미숙하게도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말자. 하나님 심판의 대상은 한국의 교회이고, 교회의 일부인 나다. 하나님이 주신 은혜로 우리는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그 업적이 우리를 자랑과 공로주의에 빠지게 하였다.

엎드려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미래를 보는 눈을 열어주신다. 아주 긴 시간 후에 이루어질 새로운 일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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