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좋은나무〉 창간 2주년 맞아 온라인 강연
옥성득 교수, 교회 현 상황 1930년대 쇠퇴기와 비교
"젊은 세대, 긍정적 전통 계승해 다시 세워나가기를"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사태의 도래로 교회 역시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 속에 미래에 대한 전망이 넘쳐나는 가운데, 오히려 과거의 경험에 비춰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보는 작업이 전개돼 눈길을 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웹진 <좋은나무>가 창간 2주년을 기념해 8월 29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옥성득 석좌교수(한국기독교학)는 “갈수록 신뢰를 잃어가는 듯한 한국교회에 한국교회사는 과거를 성찰하고 되돌아보며 회개할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UCLA 옥성득 석좌교수가 기윤실 웹진 <좋은나무>가 마련한 온라인 강연에서 교회사적 관점으로 한국교회 현안을 진단했다.
UCLA 옥성득 석좌교수가 기윤실 웹진 <좋은나무>가 마련한 온라인 강연에서 교회사적 관점으로 한국교회 현안을 진단했다.

교회사학자로서 한국교회 현안을 들여다본 옥 교수는 위기에 빠진 오늘날 한국교회의 상황을 1920~1930년대와 비교했다. 그는 “1890~1900년대 한국기독교 1세대가 급성장한 후에 1920년대를 거치며 1930~40년대에 한국교회가 몰락을 하는데, 1980~90년대 한국교회가 급성장한 후에 또 한 세대를 지나며 분열몰락이 반복되는 현실과 비슷하다”며 “과거 전환기를 잘못 맞아 쇠퇴했듯이 2000년대 전환기를 잘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한국교회가 급속하게 쇠퇴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옥 교수가 언급한 1920년대는 경제성장기로 문화사상에 신조류가 몰려오던 시기였지만 새로운 물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던 구세대로 인해 교회가 분쟁·분열하게 됐고, 그 상황에서 일제의 핍박을 받다보니까 제대로 반응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시 교회는 청년파와 노인파로 나뉘어 이른바 세대전쟁이 시작됐고 결국 노년층이 교회를 장악하면서 이후 20년간 교회는 문화지체집단이 돼 여론을 이끄는 역할에서 벗어나 점차 사회에서 2선으로 밀려났다”며 “마치 오늘날의 교회의 모습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그래도 30대가 장로·목사가 돼 상당한 발언권이 있었지만, 지금의 교회는 더 노령화 되면서 50대가 돼야 겨우 발언권을 얻는 현실을 볼 때 그 당시에 비해서 지금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 외에도 현재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문제 또한 1920~1930년대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옥 교수는 “1920년대에도 가나안성도가 상당히 많았다. 교회가 노쇠하고 노인층이 교권을 잡자 젊은 층들이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며 “당시는 ‘교회 유출 현상’이라고 해서 주일 성수하지 않고 헌금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의무 잃은 교인’이라 불렀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이들이 결국 1950년대 한국교회를 재건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감당했고 그 결과 1980년대 성장을 불러온 만큼, 암울해 보이는 현 상황도 비관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하며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 역사를 통해 미래의 길을 찾기를 당부했다.

옥 교수는 “몇 번의 계기를 거쳐 지금과 같은 참담한 시절에 도달했지만 뿌리 자체는 좋은 점이 많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 교회 △기독교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토착화한 교회 △민족독립에 헌신한 교회 △선한 자본주의운동을 일으킨 교회 △문명 개화적인 교회 △사회에 희망을 주었던 교회 등의 긍정적 전통을 계승해 이 땅에 교회를 다시 세워나가기를 당부했다. 그는 끝으로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쇠퇴해가는 상황에서 발악할 것이 아니고 ‘이것이 진짜 교회다’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의연하고 아름다운 자세로 참다운 교회성을 보여주기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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