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찬 목사(대구동산교회)

박영찬 목사(대구 동산교회)

대구시 중구 동인동에는 제가 즐겨 찾는 수리 센터가 있습니다. 2013년 겨울에 거창한 개업 이벤트도 없이 오픈한 이곳은 참 특이합니다. 매월 첫째와 셋째 목요일, 겨우 이틀 영업을 합니다. 시간도 아침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두 시간만 문을 엽니다. 다른 수리 센터와 비교하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매번 찾아오는 단골 고객들의 모습을 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일곱 명의 남자가 전부입니다. 다들 까만색 교복과 국방색 군복을 입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0대 중년의 옷을 걸치고 있습니다. 왠지 입만 열면 썰렁한 아재개그가 나올 것 같은 불안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양복차림으로 새벽부터 아주 귀한 일을 마치고 오느라 조금은 가쁜 숨을 내쉬면서 차에서 내립니다.

그들은 목사들입니다. 원래 목사에게는 수리할 물건들이 많습니다. 목양실의 컴퓨터가 갑자기 속을 썩이는 경우도 있고,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가 한 방에 날아 갈 때도 있습니다. 취미로 즐기는 자전거에서 삐걱거리는 소음이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을 낑낑거리면서 들고 오는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대신 더 심각하게 고장 난 것을 들고 나타납니다. 목사의 개인적인 삶과 더불어 가정과 교회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수리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바로 목사 자신입니다. 성도들 가운데 목사는 LED전등처럼 절대로 고장이 나지 않는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강한 손으로 당신의 종을 특별히 붙드시기 때문에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1년 365일 항상 인자한 모습으로 목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적어도 이곳에 오는 목사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성도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낙심하고, 절망하고, 우울하고, 분노하고, 외롭고, 실망하고, 억울하고, 안타까워하고, 부끄러워하다가, 마침내 소리 없이 길게 웁니다.

이렇게 고장 난 목사들을 수리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삶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 나눔 속에 성령님께서는 언제나 비둘기같이 온유하신 손길로 고장 난 목사들을 완벽하게 수리해 주십니다. 물론 며칠 안 가서 또 망가질 정도로 연약하지만, 결코 실망하지 아니하시고 또 품어주시고 고쳐 주십니다. 그래서 이 수리 센터는 제게 보약과 같습니다.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내가 업을 것이요 내가 품고 구하여 내리라”(사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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