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전광훈 리스크’에 충격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의 반사회적 행위가 국가 방역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면서 교계에서도 이들과의 관계에 선을 긋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공동대표:강호숙 등·이하 복교연)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인 한국교회의 추태를 부끄러워하며 사죄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전광훈과 그를 추종하는 일부 교계 지도자들의 극우적 인식과 행태는 종교를 빙자하여 정치적 선전선동을 최우선시하는 반성경적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복교연은 “우리는 전광훈과 일부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반생명적, 반사회적인 인식과 행태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한국교회가 전광훈 류의 기독교 사이비 집단과 결별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전병금 목사(전 기장 총회장) 박경조 신부(전 성공회 주교) 신경하 목사(전 기감 감독회장) 등 교계 원로들로 구성된 한국기독교원로모임도 ‘코로나19 위기와 한국교회를 염려하는 한국교회 원로들’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목사 이전에 기독교인이라면 무엇보다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그 어떠한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며 “전광훈은 더 이상 ‘목사’로 불려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원로들은 “전광훈이라는 한 사람이 목사라는 허울 속에 반 기독교적 행각을 오랫동안 자행하는 동안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려 숨어 헌신해 온 수많은 목사들에게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안겨줬다”면서 한국교회 성도들을 향해 참된 신앙과는 거리가 먼 그의 주장이나 행태에 미혹되거나 동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SNS 상에는 최근 사태 이후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의 행태를 비난하는 기독교인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전 목사에 침묵·동조하던 한국교회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일자 빠르게 발을 빼는 행태를 비판하며 ‘전광훈 사태’를 불러온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의 정치적 행보와 막말이 문제시 된 게 최근만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동안 적당히 선을 그은 채 사실상 방조해온 한국교회가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는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웹진 <좋은나무>에 기고한 글에서 전 목사의 말과 행동이 워낙 거칠기 때문에 교계 지도자들 대부분이 상대하기를 꺼렸고, 이념 다툼에 말려들기 싫은 사람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면서도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일찌감치 그의 활동이 기독교와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주도홍 교수(전 백석대 부총장)도 “전 씨가 신학적으로 문제가 커서 이단적임을 알면서도 우선은 본인들의 정치성향을 대변하기 때문에 침묵해왔다”면서 “이는 한국교회가 갖는 판단기준이 복음보다 세상 가치관과 이념을 따라 살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