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확진자 급증에 방역 방해 논란까지 ‘제2의 신천지 사태’ 우려
사태 확산에도 선동과 일탈 계속, 자정능력 보이지 못하면 교회 위상 추락 심각

코로나 19 집단감염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최대 진원지인 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와 이 교회를 담임하는 전광훈 목사에 대한 교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무엇보다 교회 측이 그동안 방역 의무를 소홀히 한 사례가 밝혀지고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2의 ‘신천지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 민폐’ ‘코로나 전도사’로까지 불리며 교계를 넘어 전 국민의 걱정거리로 전락한 ‘전광훈 사태’를 짚어봤다.

사랑제일교회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8월 12일. 이후 13일 5명, 14일 19명, 15일 59명, 16일 249명으로 관련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 24일 현재 875명(이상 정오 기준)에 이르렀다. 누적 확진자 수로는 이미 닷새 만에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 277명을 넘어섰으며, 5214명이 감염된 신천지 대구교회 사례에 이어 현재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이번 사랑제일교회 발 집단감염을 신천지 사태 때보다 더 큰 위기로 보고 있다. 국내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일 뿐만 아니라 충청, 강원, 영·호남 등 전국 곳곳에서 추가 전파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방역 당국이 확보한 4066명의 교인 명단에는 제주에 거주하는 교인도 있을 정도로 전국적인 교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사랑제일교회에서 다른 장소로 2차 감염이 벌어진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또한 비교적 젊은 층의 확진자가 많았던 신천지 사태 때와 달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중에는 고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성도가 전국적으로 퍼져 있고 특별히 고령층이 주를 이루는 것은 이 교회의 특수성에 있다.

전광훈 목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태극기 집회 등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이 자리에서 “대통령 퇴진” 등 강성 발언을 일삼으며 보수층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이 태극기 집회에 대해 거리두기를 할 때에도 정부를 향한 강경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극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전 목사는 광장에서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주일예배에 ‘정치 토크쇼’라는 순서를 마련해 함께 무대에 섰던 극우 세력 정치인, 법조인, 학자 등을 강단 위에 올려 이야기를 나누는 등 교회를 정치 집단화했다. 매주 토요일 집회에 이어 다음날 교회로 이어지는 일정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 들었고 버스를 대절해 지방에서 단체로 올라와 합숙하는 이들도 잇따랐다. 교회뿐 아니라 연합기관까지 정치화해 201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로는 한기총 이름으로 반정부 행위를 더욱 노골화함으로써 전 목사의 발언과 행동은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이 과정에서 전 목사는 특정 정당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구속됐다가 건강 상 이유로 보석이 허락돼 50여 일만에 교회로 복귀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던 시기였지만 교회에서는 매일 밤 기도회가 열렸고, 올해 3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회금지명령이 내려진 뒤에도 사랑제일교회는 현장예배를 계속해서 강행했다. 크지 않은 예배당에 교회 밖 도로까지 의자를 놓고 앉을 정도로 매주 많은 인원이 모여들면서 기본적인 방역수칙인 거리 두기조차 지켜지기 힘든 환경이 연출됐다. 그마저도 최근에는 장마 탓에 교회 밖에 자리하던 이들까지 예배당 내부로 몰려 밀집한 채 예배하는 장면을 교회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평소 “예배에 참여하면 성령의 불이 떨어지기 때문에 걸렸던 병도 낫는다”는 발언을 한 전광훈 목사가 방역당국이 교회에 요청한 ‘큰 소리 찬양과 통성기도 자제’ 등을 지킬 리 역시 만무했다. 사랑제일교회는 그렇게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고, 그 결과 지금은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결과를 낳았다. 최초 교회 내 확진자가 나온 뒤에도 건강을 자신하던 전광훈 목사는 현재 격리병상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심지어 자가 격리 대상임에도 이를 어긴 채 광화문 집회에 연사로 참여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그럼에도 전 목사와 교회 측은 사과나 반성이 아닌 오히려 교회 내 집단 감염이 “외부 바이러스 테러에 의한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고, 방역 당국에 제출한 성도 명단에 대한 허위·부실 자료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같은 선동에 성도들도 동요해 검사를 거부하는가 하면 확진 통보를 받은 뒤 도망가거나 병원에서 탈출하는 등 일탈도 잇따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서 부정확한 신도 명단 및 교회 시설을 축소 제출해 코로나19 관리에 혼선을 줬던 신천지 사태가 재현됐다는 비난이 교회를 향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8월 16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전 목사를 고발했으며, 그의 보석을 취소하라는 목소리도 커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 민폐’ 전**의 재수감을 촉구한다>는 글은 24일 기준 37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고 있다.

목회사회학연구소장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신앙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라는 것”이라며 전광훈 목사의 행위를 종교인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바라볼 것을 조언했다. 이어 교회 측이 방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신앙적 신념의 문제가 아닌데 연결 짓는 게 상당히 위험한 것 같다”면서 “교인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고 무엇보다 생명과 직결되는 현 상황에서 방역이나 보건 문제는 같이 협조를 해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개혁신학회 회장을 역임한 주도홍 교수(백석대학교 전 부총장)는 그간 전 목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개혁신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목사의 역할과 직분을 구별해야 한다”며 “목사를 하면서 정치를 하는 것은 비뚤어진 욕심”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의 비과학적 생각을 전하고 법질서를 유린하며 근거 없는 거짓으로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태도”라면서 그의 말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동안 자신과 정치성향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침묵하고 동조한 목회자들도 이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원희 기자

“9월 총회서 전 목사 제재해야” 목소리 높여
예장고신 이대위 “전 목사 이단 옹호자” 보고서 제출
예장합동 이대위 “엄정하게 조사 후 결론 냈다”

전광훈 목사가 ‘목사’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일련의 일들이 비성경적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한국교회가 전 목사의 부정적 행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9월 총회에서 주요 교단 이대위가 전 목사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입장을 보고할 예정이라, 각 총회 결의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는 8개교단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회장:안용식 목사·이하 8개교단이대위)가 2019년 8월에 이단 옹호자로 규정한 상황이다. 8개교단이대위는 주요 교단이 이단성이 있다고 지목한 변승우 씨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 가입시킨 점을 들어, 전 목사를 이단 옹호자로 결의해달라고 각 교단들에 요청했다. 이후 열린 총회에서 예장합동 예장통합 예장고신 등이 안건을 수임해 연구하는 중이다. 8개교단이대위는 전 목사가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올해 2월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전 목사로부터 신앙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8개교단이대위의 조치에도 전광훈 목사의 언행이 달라진 점이 없는 데다 전 목사가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연합기관들이 각 교단에 전 목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지형은 목사)는 “책임 있는 교단들에게 전광훈 목사에 대한 보다 확실한 처분을 촉구한다”며 “거룩한 복음을 이념에 종속시키고 교회를 정치 집단으로 전락시킨 전 씨에 대해 주요 공교단들이 총회에서 합당한 조치를 내려, 입장을 분명히 해주시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백종국) 역시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들은 끊임없는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한국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미치고 있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보다 명확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한국성결교회연합회(대표회장:한기채 목사)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특정 이념과 정치 집단의 도구로 전락시킨 전 씨에 대해 주요 공교단들이 분명한 조치를 내려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총회장:신수인 목사·이하 예장고신)의 경우 이단대책위원회가 ‘전광훈 목사를 이단성이 있는 이단옹호자로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9월 총회에 제출해 총회 현장에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예장고신 이대위는 “전 목사 개인의 신학적 견해와 사상이 정통 기독교에서 벗어나 있다”면서 “또한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변승우 씨를 이단에서 해제한 것 등은 지탄받아 마땅한 부분”이라고 결론 냈다. 예장고신 이대위는 한기총도 이단옹호단체로 규정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김종준 목사)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위원장:이억희 목사)도 전광훈 목사 및 한기총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보고서를 넘겼다. 위원장 이억희 목사는 “그동안 전 목사의 발언 및 설교를 충분히 연구하고, 8개교단이대위와 함께 논의한 부분들을 모두 참고해서 엄정하게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박용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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