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율 목사의 사진묵상-성령의 열매]

우리는 ‘믿음’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면서 사용할 때가 많다.

성경에서 믿음이란 ‘신실함, 신뢰, 엄숙한 약속, 증거나 보증’을 의미하고, 히브리서 11장 1절에서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은 것들의 증거”라고 정의한다. 믿음의 대상은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성령이다.(요 14:1)

중학교 시절에 아버지와 함께 완행열차를 타고 광주로 갔다. 아버지는 여느 승객과 달리 다음날부터 시작하는 부흥회에서 전할 말씀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한 시간쯤 후에 우리 맞은편에 앉은, 아버지와 연배가 비슷한 신사분이 “어디에 가시냐?”고 물으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그분은 “성경을 읽으시던데 교회에 나가세요?”하면서 “저는 내일부터 시작하는 부흥회에 참석하려 광주에 갑니다. 강사 차남진 목사는 유명한 분이니 부흥회에 꼭 참석하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께서 짐짓 모르는 척 하시며 “그 강사를 잘 아십니까?”라고 묻자 그분은 정말 뜻밖의 대답을 했다. “예, 잘 압니다. 차 목사님은 광주 출신으로 서석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광주중앙교회 담임목사님이신 정규오 목사님과 총회신학교 동창으로 미국에서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받으셨고, 현재 총회신학교 교수입니다.”

심지어 그분은 아버지뿐만 아니라 우리 다섯 형제 이름까지도 다 아셨다. 아버지는 묵묵히 그분의 말을 다 들으신 후, 광주역에 도착하기 전 당신의 명함을 건네주셨다. 그리고 “내일 ○○교회에서 봬요”라고 인사하며 헤어지셨다.

아버지 앞에 앉으셨던 분은 아버지에 대하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몰랐다. 아버지는 그 승객과 만난 후 부흥회 주제를 ‘예수를 아는 것과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바꾸셨다. 그리고 부흥회 내내 “믿음은 대상이 분명해야 하고, 그 믿음의 대상인 그리스도 예수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분과의 지속적인 교제를 통해 신뢰와 사랑의 관계가 될 때 비로소 믿음이 싹이 나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믿음으로 사는 성도가 된다”라는 메시지를 담아 설교하셨다.

믿음은 나의 지식(knowledge)에 근거한 신념(belief)이 아니라, 주님의 은혜(grace)에 근거한 고백(confession)이다. 진리의 말씀인 거울을 통해 스스로의 참모습을 보면서, 날마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믿음으로 사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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