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호 목사(혜성교회)

정명호 목사(혜성교회)
정명호 목사(혜성교회)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피터 드러커는 ‘인간 환경의 총체를 살피는 일’을 경영이라고 이해하면서 자신을 일컬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의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회생태학자’라고 말했다. 그는 <생태학적 비전>이라는 책에서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망루지기 린코이스의 대사를 인용하여, 자신을 보기 위해 태어나 파수꾼의 역할을 명받은 자로서 정확하고도 총체적인 ‘봄’(seeing)을 통해 현재 일어나는 상황의 변화가 일시적인 것인지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가져올 일인지를 분별하는 동시에 이 변화를 통해 앞으로 어떤 기회가 생길 것인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구약의 선지자들은 영적 사회생태학자들이었다. 이스라엘 안에 형성된 왕권체제와 종교제도는 하나님의 축복이자 약속의 성취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님의 은혜였던 체제와 제도는 하나님의 심판 대상이 되고 말았다. 하나님 백성으로서 축복을 누리는 삶이 하나님의 심판 이유가 되었을 때 선지자들은 그 시대를 ‘보며’ 외쳤다. 특히나 예레미야는 반체제적이고 반신앙적인 인물로 당시 사회에서 매도당하기까지 했다. 물론 예레미야가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백성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런 관점의 예언을 한 것은 아니었다.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이스라엘에서 무너져야 할 것과 회복되어야 할 것을 분별한 사람으로서 현실에 대한 탄식과 약속에 대한 소망으로 살았던 영적 파수꾼이었다.

지금 한국교회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대교회 정책을 펼치고 있는 집권 세력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혼란한 중에 있다. 거기에 더해 코로나19는 바이러스 창궐의 팬데믹만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와 방향성에 대한 혼란의 팬데믹까지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의 한국교회 안에는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 무성하다. 그러나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봐아 할 질문이 하나 있다.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한때 서구 기독교는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선교사 자신들에게 익숙한 형식과 제도로서 기독교를 피선교지에 심으려 했던 때가 있었다. 그들이 선교지에 이식하여 심으려 했던 ‘문화화되고 제도화된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일컬을 때 크리스텐덤(Christianity + Kingdom, 기독교 제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오늘 우리가 지키려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기독교 문화양식인가? 하나님 나라 백성의 가치인가? 이 혼란한 팬데믹 상황이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 혼란한 변화 상황을 본질로의 개혁과 변화를 도모할 기회로 바라보고 행동할 수 있으면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화된 기독교를 지키기 위해 섣불리 전투에 나서기보다 우리를 통해 이 시대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시려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관찰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성령의 바람이 어디로 불고 있는지, 이 기회에 본질 면에서 개선하고 개혁하고 변화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이 있는지, 지금 이 상황이 하나님 나라 역사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하나님 나라 확장에 어떤 기회가 될 수 있을지를 ‘들여다’보고 ‘내어다’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중요한 고비일수록 파수꾼의 관점은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된다. 선지자의 영성과 사회생태학자적 관점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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