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 ‘불시착’ 하듯 623명 귀국 … 임시숙소 문제부터 불안정, 후원 축소·프로젝트 무산 등 미래 고민 심각

긴급 지원금 바닥, 기약 없는 귀환 일정에 불안 커져간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국교회의 선교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향후 상황 장기화를 고려해서 대비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본지는 먼저 유례없는 일시귀국 상황을 맞고 있는 선교사들의 형편을 소개하고, 다음으로 선교현지 사역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 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총회세계선교회(GMS)가 월문리 본부에 코로나19 대책 상황실을 차린 것은 지난 4월 초였다. 당시 GMS위기관리원장 김정한 선교사는 GMS 이사들에게 전체 교단 선교사 4909명 가운데 10% 이상 코로나19로 인해 일시귀국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관심을 당부했다. 500명 가까운 선교사가 귀국한다는 예상에 대해 당시만해도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선교사 및 가족의 귀환은 계속됐고 급기야 올해 7월까지 623명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 사역지를 떠나 제3국으로 가 있는 경우까지 합하면 선교지에서 빠져 나온 선교사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표> 참조

지난해 12월 귀국 선교사 통계보고는 11명으로 미미하게 시작했으나 올해 3월 입국자는 82명으로 증가했고 4월 이후 현재까지 매월 100여명 이상이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선교사들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14일간의 일시 격리를 위한 숙소 마련이 시급한 과제였다. GMS는 30여개의 숙소를 물색했고 월문리 선교본부까지 제공하면서 위기를 헤쳐나갔다.

현재 GMS가 구비한 숙소 이용 순환상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향후 더 많은 선교사가 체류하게 된다면 곤란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GMS는 상황 대응 초기부터 전체 선교사들에게 긴급 지원금을 전달했고 일시귀국 선교사들에게는 구호물품과 체류 비용의 일부도 지원했다. 교단의 교회들도 이에 호응해서 숙소 제공에 협조했고 총회장부터 나서서 후원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후원금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예배 출석률 감소로 고통 당하는 교회들의 지원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GMS위기관리원장 김정한 선교사는 “GMS는 선교사들이 GMS가 마련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 경우 체류 비용일부를 제공했고 스스로 머물 곳을 마련한 이들에게는 구호품을 전달해줬다. 그러나 이제는 모금한 후원비가 얼마 남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지원 규모를 축소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시 귀국해 있는 선교사들은 좌불안석이다. “하루 속히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늘길이 열리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한다. 

P국에서 사역하다가 올해 4월 귀국한 C선교사는 “GMS와 교단 교회의 도움으로 숙소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고 주후원교회도 지원을 끊지 않아 한국 체류에 어려움은 없다”면서 “그러나 협력 후원비가 중단되고 있어서 선교지로 빨리 귀환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V국의 S선교사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이 선교사는 제3국에서 선교사역을 마치고 선교지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입국을 거부당해 한국으로 온 경우다. 선교사는 3월에 한국에 들어온 이후 넉달동안 화곡동의 모처, 염창동의 게스트하우스, 안양의 게스트룸, 모 교회 선교관 등 4군데의 숙소를 2~3주씩 전전하면서 지냈다. 다행히 귀국 중에도 한국에서 사역할 거리를 찾았고 현지 교회 관리도 온라인을 통해서 계속하고 있으나 언제든지 교회에서 숙소를 비워달라고 할 수 있기에 신경이 쓰인다.

S선교사는 “계획과 일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불시착하듯 들어와 있으니까 죄지은 것 같은 마음이다. 한국교회도 코로나19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만큼 후원교회나 지인들을 만나기도 조심스러워 본국으로 가는 특별기가 편성되기만을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지난 5월 선교사 4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로 인한 선교사의 필요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3%가 코로나19 이후 선교비가 줄었다고 답했다. GMS 소속으로 여러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는 한 목회자는 “지금 상황은 1997년 IMF 사태와 비교할 때 더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배 출석 인원이 평소의 30~70%로 줄어든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사업이나 행사 역시 할 수 없어서 축소 예산으로 버텼지만 2021년에는 상당수 교회가 예산 축소를 단행할 것이고 선교비 역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MS 전철영 선교사무총장은 “일시 귀국 선교사들은 안정되지 못한 숙소상황, 국내 체류 기간 중의 사역 내용, 후원의 변화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 특히 후원 축소가 염려된다. 그동안 주후원교회의 후원이 적거나 없는 선교사라고 하더라도 프로젝트, 단기선교, 여행가이드, 해외교회를 통한 후원 등의 방법으로 사역의 길을 모색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프로젝트 등의 통로가 막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사무총장은 “후원교회는 후원교회대로 후원은 선교사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선교지의 사역에도 영향을 주는 것임을 감안해서 지속해야겠지만 선교사들도 후원교회와 고통을 분담하는 심정을 가지고 저비용 고효율의 선교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위기 경고음 속 대책 구슬땀

 숙소와 재정지원 

귀국 선교사들은 반드시 14일간의 격리기간을 거쳐야 한다. 만일 4인 가족이 함께 들어온다면 최소한 방이 2개 이상 필요하다. 100명의 선교사와 가족들이 매월 연이어서 귀국한다면 30실 이상의 숙소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GMS는 선교사들이 본부에 숙소 제공을 요청할 경우 거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숙소를 제공하면 일시 체류비를 지원했고, 숙소를 개인적으로 자체 해결하는 이들에게는 구호품을 지급했다. 이는 후원이 미약한 선교사라고 할지라도 코로나19로 인해 위험을 느끼면 과감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였다.

초기에 GMS 본부에 숙소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 선교사는 일시 귀국 선교사의 5%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GMS가 좋은 숙소를 제공하고 체류 비용도 일부 지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요즘은 본부에 숙소를 부탁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8월에 귀국을 예약한 선교사들은 42명인데 이 가운데 한 사람 외에는 GMS가 숙소를 마련해 줄 것을 희망했다. 

GMS가 제공하는 숙소는 독지가나 교회가 무상으로 빌려주는 곳도 있으나 임대료를 지급하는 곳도 있다. 임대료로 나가는 비용만 매월 500만원이 소요되고 있다. 이밖에 체류를 위한 긴급 지원금이나 긴급구호품 전달을 위해서도 재정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직 선교 현지에 남아있는 선교사들에게 의료 용품이나 생필품을 전달하는 사역을 개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한때 매월 수천만원씩 들어오던 일시귀국 선교사를 위한 후원금은 눈에 띄게 줄었고 지난 7월에는 새로운 후원금이 거의 없었다. 지금도 일시 귀국을 알리는 선교사들의 전화와 메시지는 GMS 위기상황실에 계속 접수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장기적인 선교의 방향 전환을 논하기 전에 일시 귀국 선교사들의 안정적 주거, 국내 사역, 재교육, 위로와 상담 등을 위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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