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자는 선한 청지기, 하나님 영광과 공적 선 추구해야

 

1. 하나님의 영광과 공적인 선을 위해 세움 받은 통치자  

모든 세상의 지고하신 주이시며 왕이신 하나님이 국가 통치자들을 자기 자신의 영광과 공적인 선을 위하여 자기 아래에, 백성 위에 있도록 임명하셨다. 그리고 이 목적에 맞추어 그들을 검의 권세로 무장시켜 선한 자들을 보호하고 격려하며 악을 행하는 자들을 벌하고자 하셨다. 그리스도인이 통치자의 직분에로 부름을 받으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수행하는 것이 합법적이다. 그들은 그것을 감당함에 있어서 각 나라의 건전한 법에 따라 경건, 정의, 화평을 특별히 유지해야 하니 그 목적을 위하여 지금 신약 아래서도 공정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합법적으로 전쟁을 할 수 있다.”(23.1~2)

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문병호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국가는 하나님이 세우신 제도이며, 통치자에게 부여된 직분은 하나님의 소명이다. 통치자의 권세는 하나님이 정하신 바대로 하나님으로부터 나며(롬 13:1), 통치자에게 부여된 ‘검의 권세’(potestas gladii, the power of the sword)는 피치자의 동의나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의해서 행사된다. 통치자는 ‘하나님의 사역자’이며 ‘하나님의 일꾼’이므로(롬 13:4, 6), 그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르는 것이다(롬 13:2). 교회의 직분을 맡은 자에게는 ‘성령의 검’인 ‘하나님의 말씀’이 주어지나(엡 6:17), 국가 통치자에게는 국법에 따라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정의를 세우는 권세가 부여되어 선한 일은 권장하되 악한 일은 하나님의 진노하심에서 비롯되는 심판으로 보응한다(롬 13:3~4). 이에 대해서는 형벌의 두려움이 아니라 양심에 따른 복종이 요구된다(롬 2:15, 13:5, 벧전 3:16).

하나님은 최고의 찬사로 통치자의 가치를 인정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서 신령한 지혜를 지니고 다른 사람을 적합하게 판단하는 사람들은 ‘신들’이나 ‘지존자의 아들들’이라고 불렸다(출 22:8, 시 82:1, 6, 요 10:35). 세상의 방백과 재상과 재판관은 하나님의 권능이 부여되지 않으면 자기들의 백성을 다스릴 수 없다(잠 8:15~16). 통치자의 왕관을 빛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시 132:18).

통치자는 하나님의 영광과 공적인 선(bonum publicum, the public good)을 위하여 세움을 받는다. 통치자는 ‘주의 힘’으로 기뻐하고 ‘지존하신 이의 인자하심’으로 흔들리지 아니하며(시 21:1, 7), ‘주의 판단력’과 ‘주의 공의’로, ‘주의 기이한 일’과 ‘주의 성실’로, ‘주의 권능의 규’(圭)(시 72:1; 89:5; 110:2)로 선정(善政)을 베풀고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 같이 말하고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 같이 봉사함으로써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게 해야 한다(벧전 4:11). 통치자는 ‘선한 청지기’로서(벧전 4:10) ‘모든 세상의 지고하신 주이시며 왕’이신 하나님을 섬기며 ‘나라는 여호와의 것이요 여호와는 모든 나라의 주재심’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시 22:28).

통치자가 추구하는 공적인 선은 하나님의 말씀에 부합되어야 한다. 통치자는 공평과 정의를 행하고, 가난한 자와 고아와 과부를 돌보며, 낮고 천한 자를 악인의 손에서 건져내며, 무죄한 피를 흘리지 말아야 한다(렘 22:3, 시 82:3~4). 악인을 의롭게 여기는 자는 여호와를 기쁘시게 할 수 없으니(잠 17:15, 24:24), 공정한 재판으로 하나님의 의가 외형이 아니라 진실에 있음을 드러내야 하며(신 1:16~17; 16:19, 17:16~20), 그 위(位)가 진리와 함께 인자함으로 견고해지니(잠 20:28), 백성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취하지 말고 본이 되도록 해야 한다(벧전 5:2~3). 왕은 백성의 ‘양부’(養父)가 되고 왕비는 ‘유모’가 되어야 한다(사 49:23).

2. 교회와 성도에 대한 통치자의 의무

국가 통치자는 말씀과 성례의 거행이나 천국의 열쇠의 권세를 자기 자신을 위하여 취하거나 신앙문제들에 조금이라도 간섭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가 통치자가, 양부(養父)로서, 교회의 모든 사람들이 폭력이나 위험을 겪지 않고, 충만하고 얽매이지 않으며 의심할 바 없는 자유를 누리면서, 자기들의 거룩한 역할 모든 부분을 이행할 수 있도록, 기독교인들의 교파 어디에 나머지보다 우선권을 부여함이 없이, 우리 모두의 주가 되시는 분의 교회를 보호하는 것은 의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자기 교회에 정규적 통치와 권징을 지정하셨으므로, 어떤 나라의 법도 기독교인들의 교파 어디의 자발적 회원들이 자신들의 고백과 믿음에 따라 그것들을 실행하는 것을 간섭하거나, 방치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 국가 통치자가 아무도 종교와 불신앙을 빌미로 고난당하는 일이 없도록 자기 백성 모두의 인격과 명성을 보호하는 것과 모든 종교적이고 교회적인 모임이 아무 훼방이나 교란 없이 거행될 수 있도록 질서를 세우는 것은 의무이다.”(23.3)

그리스도인은 교인으로서는 ‘영적 통치’ 아래에 있고, 국민으로서는 ‘국가적 통치’ 아래에 있다. 이 두 가지 통치는 각기 고유한 관할을 점하고 있으므로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쳐야 하지만(마 22:21), 공히 그 모든 통치와 권세와 능력과 주권이 이 세상과 오는 세상에 있어서 참 하나님이시자 참 사람이신 중보자 그리스도께 돌려진다(마 28:18, 엡 1:21). 그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고 모든 곳에 미치니(요 18:36), 하늘과 땅과 땅 아래 있는 자들의 모든 무릎이 그의 이름 앞에 꿇고(빌 2:10), 그가 만물 위에 교회의 머리로서 만물이 그의 발 아래에 복종한다(엡 1:22). 그가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로서 모든 원수를 자기의 발 아래에 두실 때까지 왕 노릇 하신다(계 19:16, 고전 15:25).

국가적 통치는 사회의 질서를 수립하고 유지하며 번영을 이루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으며, 교회의 정체(政體), 성도의 신앙, 예배, 설교, 성찬, 권징(열쇠의 권세), 교육, 전도, 성도의 교제 등 영적인 영역은 대상으로 하지 않지만, 그것들을 침범하지 않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그것들을 보호하고 도우며 권장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칼빈은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민 정부의 목적은 우리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께 드리는 외적인 예배를 지원하고 보호하며, 경건에 대한 건전한 교리와 교회의 위치를 변호하며, 우리의 삶을 사람들의 사회에 적응시키며, 우리의 시민적 관습을 시민적 의에 따라서 형성하며, 우리를 서로 간에 화목하게 하며, 공공의 화평과 평안을 육성하는 데 있다.”(<기독교 강요> 4.20.2)

3. 국가와 통치자에 대한 성도의 의무

통치자를 위하여 기도하고, 그의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에게 공물과 다른 세금들을 지불하며, 그의 합법적 명령에 순종하며, 양심을 위하여 그의 권위에 복속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이다. 불신앙이나 종교의 차이로 통치자의 공정하고 합법적인 권위가 공허해지지도 않고 그에 대한 적정한 순종으로부터 국민이 해방되는 것도 아니다. 교회에 속한 사람들도 이것들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 더욱이 교황은 통치자의 영토에서 통치자나 그의 백성 어느 누구 위에 어떤 권세나 사법권도 가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교황이 통치자를 이단이라고 판단하거나 무슨 다른 구실을 여하히 둘러대면서 그로부터 그의 영토나 생명을 빼앗는 일은 있을 수 없다.”(23.4)

성도는 경건한 생활과 평안을 누리려면 통치자를 존대하고 공경해야 하며(벧전 2:17, 잠 24:21, 롬 13:5, 7), 통치자에게 복종해야 하며(롬 13:1, 딛 3:1), 통치자를 위하여 기도해야 한다(딤전 2:1~2). 하나님은 선군(善君)은 물론 폭군(暴君)도 자신의 의와 심판을 위한 섭리의 도구로 사용하신다(삼상 8:11~17, 단 2:37~38, 4:17, 5:18~19). 다만 폭군의 패역은 친히 징계하신다(시 2:10~12, 82:1, 사 10:1~2). 시민의 저항은 통치자가 하나님의 소명을 수행하는 본문을 망각하고 하나님의 뜻에 불순종할 때에만 정당시 된다(단 6:22~23). 하나님을 대적하는 통치자에게 복종하는 것은 하나님께 책망 받을 일이다(호 5:13).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행 5:29).

성도는 교회의 이름을 내세우거나 교인으로서는 그 어떤 정치 행위도 해서는 안 되며 국가의 관할에 속한 일에 간섭해서도 안 되나, 오히려 국민의 이름으로는 국정에 참여하고 협조하며 납세와 국방을 비롯한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롬 13:7). 공정하고 합법적인 통치권을 수임(受任)한 통치자라면 성도가 아니거나 다른 종교에 속하여 있다고 해서 업신여기거나 거역해서는 안 된다. 로마 가톨릭은 중세 이후로 교권(敎權)의 위계(位階)를 내세워 속권(俗權)을 복속시키려 들지만 이는 성경의 가르침에 배치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교회 밖 세상에도 자기의 사역자와 일꾼을 두셔서 그들의 손으로 선을 베푸시거나 그들의 손에 칼을 쥐어주셔서 악을 보응하는 일을 계속하시기 때문이다(롬 13:4). 요컨대, 성도의 누림이 특별은총과 일반은총에 모두 미치듯이, 성도의 의무는 교회의 소명과 국가의 사명에 모두 미친다.


※ 각 단락 서두에 볼드체로 인용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본문은 라틴어 본에 비춘 필자의 번역이므로 그 이하의 내용과 다름없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