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독립운동 최전선서 활약

독립운동에 함께 투신한 권기옥과 남편 이상정(사진 오른쪽)의 생전 모습. 왼쪽은 이상정의 형인 애국 시인 이상화.
독립운동에 함께 투신한 권기옥과 남편 이상정(사진 오른쪽)의 생전 모습. 왼쪽은 이상정의 형인 애국 시인 이상화.

경기도 김포시 공항동에 올 봄 국립항공박물관이 개관했다. 세계 항공역사와 우리나라의 항공기술 발전현황에 미래 전망까지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야외전시장에는 초창기 대한민국 항공역사의 첫 장을 펼친 선구자들 모습을 담은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한남대학교 미술교육학과 김성용 교수가 참여해 3년여 기간에 걸쳐 제작된 이 조형물 중에는 1920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한인비행학교를 개교할 당시 보유한 스탠더드 J-1 훈련기와 10명의 학생비행사들, 군무총장 노백린과 항공독립운동가 6명 등의 모습이 있다. 그 중 한 눈에 봐도 여성임에 틀림없는 동상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최초 한국인 여자비행사 권기옥이다.

‘하늘에는 안창남, 땅에는 엄복동’이라는 말이 날 정도로 유명했던 최초 남자비행사 안창남이나, 친일행적에도 불구하고 영화 <청연>을 통해 널리 알려진 또 다른 여자비행사 박경원에 비해 권기옥은 대중적으로 아직 낯선 인물이다.

1901년 평양에서 태어난 권기옥은 당시 장대현교회에서 세운 숭현소학교를 졸업하고, 마포삼열 선교사가 설립해 미국북장로교선교부에서 운영하던 숭의학교에 진학했다. 재학 중 독립운동을 위한 학생 비밀결사대 송죽회에 가입하고, 1919년 3월 1일 평양의 만세운동에 강규찬 목사 등과 함께 앞장서다 옥고를 치른다.

경기도 김포의 국립항공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조성된 한국인 최초 여성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 권기옥의 조형물.
경기도 김포의 국립항공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조성된 한국인 최초 여성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 권기옥의 조형물.

이후 임시정부 독립운동자금 모금운동에 투신하고, 평양청년회 여자전도대를 창설해 복음전파에도 힘썼다. 그러나 평양청년회 동료 김재덕의 권총 오발사건에 연루되어 두 번째 수감되며 심한 고문을 받은 후, 평남도청 폭발사건으로 다시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상해로 탈출한다.

임시정부의 추천으로 중국 운남육군항공학교에 입학한 권기옥의 소원은 ‘비행기 타는 공부를 하여 일본으로 폭탄을 안고 날아가리라’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일제의 암살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무사히 이겨내고 학교를 졸업해 최초의 한국인 여자비행사가 된다.

비행사로서 중국 공군에 10년 동안 복무하고, 육군참모학교 교관으로 일하며 일본 군대와 맞섰다. 한편으로는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한 남편 이상정과 결혼하여 함께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임시정부 산하 한국애국부인회 사교부장이라는 직함을 얻기도 했다.

해방 후 귀국해서는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내며 국군 발전을 돕다가, 1988년 서거해 국립묘지 애국지사묘역에 안장됐다. 대한민국정부로부터 1968년 대통령 표창과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각각 수여받았다.

국립항공박물관에는 권기옥의 조형물과 함께 그녀의 생애와 공적을 소개하는 전시내용도 관람할 수 있다. 김성용 교수는 “이들의 헌신 때문에 우리의 독립을 지킬 수 있었다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도 작품에 넣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다.

공항을 찾아갈 일이 생긴다면 잠시 김포공항 부근에 자리 잡은 항공박물관에 들러보자. 거기서 조국 독립을 위해 온 몸을 던지고, 한국교회의 명예를 드높인 한 여장부의 삶을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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