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방역 대응 무시한 행정조치, 불신 키워 … 정부 “소통 강화”

한교총 상임회장 김종준 목사(오른쪽)가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오찬 내용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교총 상임회장 김종준 목사(오른쪽)가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오찬 내용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7월 8일 내린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는 정부가 교회와 면밀한 소통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부 안에서도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해 전국 교회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7월 2일에 한국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소모임 및 여름행사 자제’를 권고했음에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뒷북 조치’였던 데다 일부 지자체 및 학교에서 교회에 과잉대응을 하게끔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 총리, 교회의 선제 대응 몰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 등 연합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면밀히 소통하며 방역 대책을 세워나갔다. 6월말과 7월초, 교회 소모임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선제적으로 ‘전국 교회의 소모임 및 여름행사 자제’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는 ‘소모임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고, 문체부가 한국교회의 특수성 및 선제 조치에 대해 수차례 설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교총과 교회협이 정세균 총리를 만났을 때 정 총리는 “공동 성명에 대해 몰랐다”고 말하며 소통 부재를 인정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방대본은 눈에 보이는 수치와 통계만 가지고 대책을 마련하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나온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7월 10일 18시부터 조치가 시행되자 우려대로 혼선이 발생했다. 정부 지침에 세부적인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아 점검에 나선 지자체와 교회 사이 마찰이 일어났다. 여기에 몇몇 지자체는 방역수칙 위반사실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안전 신고제’ 실시로 교회를 몰아갔고,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교회 출석을 막는 내용을 가정통신문으로 배포하는 등 과잉 대응이 발생했다.

이에 중대본 관계자는 “조치가 있을 때마다 정부 각 부처 및 지자체에 안내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안전 신고제 및 가정통신문 배포 등을 지시한 적은 없다”며 일부 과도한 대응을 지적했다. 결국 교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 행정과 부처 간 소통 부재가 교회의 혼란을 부추기고 분노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조만간 행정 조치 완화될 것”
교회의 반발이 커지면서 정부는 교회의 의견을 더 면밀하게 듣고 현실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일선 지자체에 교회에 대한 과잉 대응을 하지 말 것을 지시했으며, 앞으로 교회와 더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도 한교총과 교회협 소속 교단장들과 만나 “대화를 통해 한국교회의 입장을 파악하고 잘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단장들은 “정부와 교회가 서로 협력하며 교회가 방역의 주체로 역할을 감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교회의 소모임 금지 조치를 해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5~6월 교회 내 집단발병 사례를 바탕으로 조치를 시행했는데, 7월 들어 예상했던 것보다 교회 내 상황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며 “방역 수칙을 일률적으로 의무화해 적용하기보다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추이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7월 19일 행정 조치 이완을 시사했다. 조치가 해제되면 앞으로 교회는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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