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연구소장)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연구소장)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연구소장)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은 이 사회에 또 다른 충격을 주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아무 예상도 못하고 그의 죽음을 맞아야 했다. 성적인 추문이 그 이유가 되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이 그렇게 쉽게 설명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적 공인이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내어버리면 일반인들은 영향을 받게 된다. 소위 이야기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난다. 보통은 연예인들의 영향력이 크다. 아무래도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나 20대의 젊은이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정치인들의 극단적 선택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2년 전 7월에는 노회찬 의원의 사건이 있었다. 나중에 통계를 살펴보니 그 7월에는 전년도 7월과 비교할 때 자살자가 100여 명 더 늘었다. 또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었을 때는 전년도와 비교할 때 자살률이 5명이나 증가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그 해에 자살한 사람의 숫자를 의미한다. 2018년 자살률이 26.6명인 것을 생각해 보면 상당한 증가이다. 물론 이 당시 세계금융위기의 여파가 있었지만, 그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이 증가했다.

이처럼 공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또 다른 죽음을 불러온다. 공인들은 사람들에게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통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공인들이 유념해야 할 것은 그들의 죽음 역시도 공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무책임한 죽음은 가깝게는 그들의 가족, 그리고 그를 믿고 따랐던 사람들, 동지의 연대를 가졌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어려움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는 일찍이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만들어 언론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살’이라는 단어를 피해야 한다거나 자살의 방법을 보도하지 않고,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라이프호프는 이미 2008년 교계의 여러 단체들과 함께 ‘자살에 대한 설교지침’을 발표한 적이 있다. 여기서는 ‘자살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살의 방법이나 장소, 자살의 경위는 상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유명인의 자살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지 않는다, 자살을 고통해결의 방법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흥미중심이나 흥미로운 예화로 사용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베르테르 효과와 같은 영향력에 있어서 언론의 보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보도하느냐에 따라 자살률이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설교는 이런 언론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 적극적으로 들으려는 이들이 전 국민의 20%에 이른다. 거기에 이들은 언론매체보다는 설교자에 대해 아주 큰 신뢰를 가지고 있다. 이에 설교에서 자살에 대해 어떻게 언급하느냐에 따라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자살의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성경에는 자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하지만 성경은 곳곳에서 한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예수님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셨다. 이러한 생명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교회가 죽음의 문화가 가득한 이 세상에 생명의 보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