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목회 중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아픈 사건이 있었다. 내가 섬기는 교회에 법무행정의 최고 자리에 있던 교인이 있었다. 그 분은 그 자리에 오르면서 씻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다. 온갖 조작된 정보와 정치적 비난에 시달렸다. 팩트가 아닌 여러 증언들은 그를 짧지 않은 구치소 생활로 몰아넣기까지 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들이 확대재생산 되며 청문회까지 열렸다.

언론들이 매일 생중계하는 동안 오랜 세월 정직한 법조인으로서 살아온 명예가 실추되었고 그 보도들은 사실로 굳어졌다. 주일마다 예배당 앞에 몰려든 기자들로 인해 주일 예배 참석까지 방해받았다. 그 긴 시간 언론의 뭇매와 따가운 시선을 견뎌낸 그에게 대법원은 소문이 아무런 실체가 없는 사건이었고 따라서 무죄라고 판결을 했다. 무려 3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그런 판결은 온갖 언론들이 떠들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신문의 한쪽 구석에 작고 짧게 게재되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오래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의 뇌리에는 먼저 들어가 차지하고 앉은 그 잘못된 정보만이 남아버렸다. 기억의 자리를 선점한 가짜뉴스의 힘은 뒤늦게 밝혀진 사실 앞에서도 막강했다. 일반적으로 누가 먼저 정보를 주느냐에 따라 뇌리에는 그것이 자리를 잡고 만다. 기억의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보왜곡이 이뤄진다. 그것을 알지만 누구라서 사실 여부를 판단해 가며 들어오는 정보를 걸러낼 수 있겠는가?

지금의 교회에 부임했을 때, 그러니까 26년 전 몇몇 분들이 교인과 관련된 이런저런 정보를 내게 주려고 애썼다. 그러나 난 단호하게 거절했다. 내가 직접 사람을 경험하면서 알고 싶다며 가까이 다가온 사람들의 호의(?)를 거절했다. 공연히 그 사람을 경험하기도 전에 왜곡된 정보로 내 기억의 자리를 채우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조심해야 한다. 누군가가 아무리 확실해 보이는 정보를 주더라도 내가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그 뒤에 어떤 사실도 들어와서 제자리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조작된 정보와 사실 사이에서 바른 판단을 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지 않다. 그러기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함부로 누군가를 단정 짓는 일만큼은 해서는 안 될 가장 위험한 일임을 늘 잊지 않으려 한다. 쉽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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