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통령 이슬람화 노선 강화...선교 위축 우려"

터키의 명소이며 세계적 관광지이기도 한 이스탄불 성소피아 성당(Hagia Sopia)이 85년 만에 다시 모스크로 전환된다.

외신에 따르면 7월 10일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성소피아 박물관을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성소피아 박물관은 약 1500년 전 성소피아 대성당으로 지어졌다가 오스만 제국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뒤 황실 전용 모스크로 개조됐다. 오스만 제국이 멸망한 다음에는 터키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명령에 따라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성소피아 성당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1934년 내각 결정이 법률에 어긋난다면서 성소피아 성당의 모스크 외 용도로 사용은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판결을 발표했다. 해마다 성소피아성당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400만 명에 이르고 성소피아가 포함된 이스탄불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를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의 기관들과 지도자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며 국가간 갈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총회세계선교회 전 선교사무총장 조용성 선교사는 “터키 정부의 이번 발표는 현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구하고 있는 이슬람화 노선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면서 “터키 선교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조 선교사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부터 총리와 대통령직을 번갈아 맡고 있으며 지난해 두 번째 대통령의 임기를 수행하고 있어 향후 그의 강경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도를 당부했다.

터키 주재 GMS 이시몬 선교사는 “최근 터키는 공교육에서 이슬람을 교육하는 것을 허락하는 등 변화를 보여왔다”면서 “이번 조치는 수니파 이슬람들의 민족의식과 자긍심을 충족시켜줌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이들의 확고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선교사는 “4~5년 전부터 사소한 이유들을 내세우며 선교사들이 추방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선교를 포기하지 말고 사랑으로 인내하면서 교회의 남다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는 7월 15일 성명을 발표하고 “성 소피아는 종교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일치의 상징적 장소였다”면서 “이곳을 모스크로 전환하는 것은 역사적인 퇴보이며, 성 소피아의 상징적인 의미와 존재 이유를 상실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회협은 “ 터키정부가 성 소피아의 법적 지위를 예전과 같이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한다”면서 “성 소피아의 위상에 어떤 변화가 필요했다면, 이 곳이 916년 동안 속해 있었던 에큐메니칼 총대주교에게 돌려주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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