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의연 사태로 돌아본 기독NPO 역할

투명한 회계 운영 통해 쌓은 신뢰와 책임감으로 기부문화 회복에 앞장서야
크리스천 기부자들의 선구적 역할도 중요 … “꾸준한 관심이 세상 바꾼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회계 논란이 불거진 뒤 비영리단체(NPO, Non-profit Organization)의 회계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태 이후 불똥이 비영리단체 전반으로 확산되며 기부 중단 및 감소를 불러왔고, 특별히 NPO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계 단체 역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의 투명성 논란이 반복되는 원인과 개선 과제를 짚어보고, 무엇보다 기독NPO가 갖춰야 할 자세와 더불어 그리스도인 기부자들에게 요구되는 태도를 점검해봤다.

불투명한 회계 운영, 기부 감소로 이어져
오늘날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복지와 인권, 교육, 환경, 아동, 여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보다 나은 세상을 추구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2020년 2분기 기준)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는 1만4851개에 달한다. 그 중에는 종교정신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단체가 많이 있는데, 특별히 기독교의 경우 해외 선교사들이 세운 기관이 많다 보니 비영리단체 3곳 중 1곳이 기독교 배경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2년 전 ‘새희망씨앗’ 기부금 횡령 등 잊을만하면 터지는 스캔들은 우리 사회 기부문화의 불신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기부로 운영되는 NPO에 있어서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결국 단체 존립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단체들은 지금의 상황을 커다란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기독NPO 역시 마찬가지로 실제 몇 곳의 기독NPO에 확인한 결과, 정의연 사태 이후 각 단체마다 후원 중단을 요청하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었다.

물론 이번 정의연 사태의 경우 둘러싼 회계 논란에 대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돼온 비영리단체의 불투명한 운영 실태가 드러난 사례인 것만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지금이야말로 비영리단체의 자성과 제도적 보완의 계기”라며 “지금의 논란이 위기로 작용할 것인지 기회가 될 것인지는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의 대처에 달려 있다”고 조언한다.

비영리단체 감사 분야에 30여 년간 종사해온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 역시 회계 투명성은 외부의 강요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기부자와의 소통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영리단체 회계 운영 투명성과 관련해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스스로 후원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모금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중들과 소통해온 단체가 정작 기부자들과의 신뢰 형성에 중요한 투명한 운영에는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회계 운영 투명성 모범 보인 기독NPO
다행히 회계 운영 투명성에 있어서 대표적인 기독NPO들은 모범을 보이고 있다. 국내 비영리단체의 회계 투명성을 평가하는 한국가이드스타가 지난해 전국의 NPO 9663곳을 대상으로 투명성, 책무성, 재무안전성 등의 지표를 적용한 종합평가에서 15곳의 단체가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크라운 인증마크를 획득했는데, 여기에 기아대책과 밀알복지재단, 한국컴패션 등 11곳의 기독NPO가 포함됐다.

재무안전성과 효율성, 투명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아대책은 조직 내부 감사와 외부 감사. 관할 정부부처 감사까지 3중 감사를 통해 회계 투명성을 담보하고 있다. 1979년 설립한 한국밀알선교단을 뿌리로 둔 밀알복지재단도 투명성과 재무안정성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밀알복지재단은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고 한 해 동안의 재단 사업을 소개하는 연차보고서를 발간해 후원금 총액과 그 사용처를 공개함으로써 후원자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국컴패션 역시 매년 홈페이지에 재정보고서를 공시해 후원금 사용 내역을 알리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내용과 성과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평가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표적인 기독NPO인 월드비전은 △한국월드비전 이사회 감사 △감사실 내부감사 실시 △외부회계법인 감사 △정부의 지도점검 △국제월드비전 감사 △감사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 제도 등을 통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있으며, 투명성과 책임성에 우려가 있거나 리스크가 예측되는 경우, 공식적인 신고 제도를 통해 공정하고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들 단체는 이처럼 회계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기부자들과의 신뢰를 공고히 쌓아가고 있으며, 그 결과 매년 발표되는 NPO 기부금 총액 순위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기독NPO, 청지기 자세로 신뢰 회복 앞장서야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이기도 한 최호윤 회계사는 비영리단체가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 기독NPO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 회계사는 “비영리단체는 기부자들로부터 돈을 받아서 관리하는 수탁자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성경적으로 봤을 때 청지기의 개념”이라며 “기독NPO는 법이 정하지 않아도 청지기의 입장에서 성경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맡겨진 재물을 정직하게 관리하며 선한 일에 사용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당연하다”며 기독NPO가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최근 정의연 사태 이후 비영리단체 전반의 기부가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 기부자들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 회계사는 “자신은 A단체를 후원하고 있는데 B단체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A단체 기부를 취소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라며 기부자들 역시 자신이 후원한 단체가 자신이 기부한 돈으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 책임 의식을 요구했다. 사회가 변화되는 과정에 기부자도 함께 참여하는 의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부분에서도 크리스천 기부자들의 선구적 역할을 부탁했다. 그리스도인들이 헌금을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헌금이 사용될 사역을 위해 끝까지 기도하는 것 같이 기부 또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사용되는 지까지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의연 사태로 기부 문화가 위축된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기부 문화가 오히려 건강한 성장을 이뤄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는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법과 제도를 연구해 보완하고, 단체는 회계 운영 투명성 및 책무성을 갖춰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며, 기부자들은 자신이 후원하는 단체의 활동에 꾸준한 관심을 갖는다면 비영리단체의 존재 목적인 보다 나은 세상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길을 걸어가는 데 있어서 기독NPO와 크리스천 기부자들이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소규모 기독NPO에도 관심과 지원을

‘복음의 도구’로 쓰임받게 하라

전문가들은 비영리단체의 불투명한 운영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로 단체들의 열악한 환경을 꼽는다. 대부분의 단체가 재정 규모가 작고 재원도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보니 회계 관리를 위해 큰 비용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기독NPO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본문에서 언급한 회계 운영의 모범을 보인 기독NPO의 경우 오랜 역사 속에 교회와 함께 성장하며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지만, 상당수의 단체는 소규모로 운영되며 앞서 지적한대로 회계 운영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같은 기독NPO의 열악한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기독교계 활동을 소개한다.

지난 2015년 설립한 한국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회장:황호찬)는 기독NPO의 재정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인증해주는 기구라고 할 수 있다. 협회는 회계 운영기준 및 규정을 제정하고 교육을 실시하며 정보를 교류하는 한편 지속적인 회원 관리를 통해 각 기독 NPO가 맡은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한빛누리(이사장:김형국 목사) 공익기금은 소규모 기독NPO가 활동 초기 건강한 재정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모금과 회계 인프라를 제공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규모 단체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 후원금을 집금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후원자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공동모금 창구를 통해 모금한 후원금을 재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후원자들 역시 이를 통해 편의성과 안정성을 보장받는다.

정석현 한빛누리 공익기금사업팀장은 “기독NPO가 저마다의 사명을 갖고 활동을 시작하지만, 사회적 기준을 따라가지 못한 채 활동의 가치만 생각한다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단체들이 사회법에 근거한 건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활동을 해나갈 때 기독교신앙이 사회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도 더 분명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독교 선교 역사와 함께해오며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온 기독NPO.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진 지금도 기독교의 대사회적 섬김과 봉사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에는 기독NPO의 역할도 크다. 기독NPO는 복음을 실천하는 통로이자 나아가 복음 전파의 가교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독교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기독NPO의 사역이 위축되지 않도록 소규모 단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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