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우리는 코로나19가 강제한 일상의 멈춤이 자연을 살아나게 한 것을 보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태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안 보인다. 오히려 삶을 들여다보면 생활쓰레기의 배출량만 더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염려가 만들어낸 언택트 소비 때문이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붙인 단어로, 대면하지 않고 하는 소비를 뜻한다. 택배와 배달 서비스가 대표적 언택트 소비인데, 일회용 용기와 포장재의 사용을 부추겨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배출량을 크게 늘려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1인 가구, 택배문화가 발달하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넘쳐나 정부와 서울시 차원에서 플라스틱쓰레기 감량 종합대책을 발표, 감량 실천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그 모든 사회적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코로나19가 심각 단계에 이르기 전부터 일회용 사용 규제가 풀렸는데, 일회용 컵, 페트 물병, 비닐봉투뿐 아니라 배달음식 용기와 포장재 쓰레기까지 배출량이 상당량 늘었다. 배달앱을 통한 음식 주문만 봐도 코로나19 이전보다 20% 이상 늘었고,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의 배출량도 60% 이상 늘었다. 지금껏 한 사람이 버린 플라스틱은 연간 132.7㎏이었는데,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포장재로 보면, 한 사람이 0.33kg 즉 일회용 컵 28개 분량의 플라스틱을 매일 쓰레기로 버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활용률이 높다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28.7%밖에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을 소각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도 1인당 연간 6kg이나 발생되고 있고, 처리가 안 돼 쌓이는 쓰레기들도 상당하다. 욕심껏 만들어 사용하고 버리는 비닐과 페트병, 재활용 쓰레기들이 많아도 너무 많은 탓이다.

그러고 보면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만으론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전국이 고통 중에 신음하고 있듯, 이미 우리 모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로 공격받으며 병들어가고 있다. 가격이 싸고 편리하다는 강점이 오히려 폐플라스틱 문제를 야기했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우리 몸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재활용하기 쉬운 생산’으로의 전환만으로도 부족하다. 현재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등급으로 나누고,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만드는 업체에 분담금을 매기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실시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생산, 유통, 소비 전 단계에서 ‘감량’할 수 있도록 원천적으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제도와 정책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필요’를 알아채는 것이다. 나와 이웃, 수많은 생명이 누려야 할 ‘필요’이다. 필요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욕심껏 만들어 쓴 것들은 종국에는 쓰레기로 버려지기 마련이다. 조금만 살펴봐도 우리가 쓰고 버리는 것이 너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쓰는 것을 줄이지 않고는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옛날엔 애당초 과도하게 만들지도 않았고 살림살이도 더 쓸 수 없을 때까지 썼다. 땅에서 나온 것은 다시 땅으로 돌려 순환시켰다. 분뇨조차 거름으로 만들어 땅의 기운을 북돋았다. 집집마다 손 때 묻은 생활용품이 몇 점은 있었다.

우리가 버리고 있는 쓰레기를 들여다보자. 예전과 달라진 걸 찾아보자. 버린 양 뿐만 아니라 무엇을 먹고 쓰고 버렸는지 살펴보자. 필요를 넘은 것이었거나 과하다 싶은 것이었다면 줄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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